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 - 아빠와 딸, 두 사람의 인생을 바꾼 베이킹 이야기
키티 테이트.앨 테이트 지음, 이리나 옮김 / 윌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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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

제목부터가 힐링이 되는 따스함이 묻어있다.

오렌지빛 표지에 사랑스러운 표정의 부녀 사진은 꽤나 감각적이고 절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아빠와 딸의 인생을 바꾼 베이킹 이야기에 괜히 웃음 짓다가 뭉클했다가 또 가슴이 따뜻해지고 고소한 빵 냄새에 취해 책을 덮고도 한참동안 마음이 푹신푹했다.

 

 

아빠가 오븐을 열면 빵에서 듣기 좋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 빵의 노래를 들으면 목덜미 털이 곤두섰다. 꼭 연금술 같았다.

돌멩이처럼 아무것도 아니던 것이 정말 찬란하게 변신했다. 지푸라기로 금을 만들어내는 동화 속 소녀처럼,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다시, 그리고 또 다시 빵을 구웠다.

p23~24

 

이 책은 부녀 사이인 아빠 앨과 딸 키티가 그들만의 아픔을 극복하고 희망과 행복으로 채운 이야기를 각자 진솔되고 담담하게 쓰여진 에세이다.

열네 살 키티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으며 학교를 그만두었고, 옥스포드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앨은 키티를 돌보기 위해 아내 케이티 대신 일을 그만두었다.

모든 걸 잃어버렸다고 느끼던 찰나, 두 사람은 빵을 구우며 작은 희망의 씨앗을 발견한다. 구운 빵을 나누며 소소하게 이웃과 교류하는 모습에서는 여전히 사랑의 마음은 어떻게든 전해지고 치유의 힘을 가졌다는 걸 실감하는 책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온전히 일부가 되고 싶은 세상을 만났다. 그곳에서는 내 불안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할 것 같았다.

p54

 

 

 

 

이 책은 갑작스럽게 슬픔의 수렁에 빠진 어린 소녀가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고, 그것에 매진하며 '다시'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이고, 동시에 무관심과 퍽퍽하게만 느껴지는 이 세상에 진정한 공감과 이해, 연대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오븐을 빌려주며 먼저 손을 내밀어준 이웃, 무작정 찾아간 키티에게 주방 문을 활짝 열고 제빵 기술을 알려준 베이커들, 또 오렌지 베이커리를 열 수 있도록 후원금을 보내준 수많은 이들의 존재는 우리에게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주었다.

 

오렌지 베이커리는 내 머리를 진정시키고 마음을 안심시키는 장소다. 나는 이곳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조금도 불안하지 않았다. 정말 행복한 곳이었다.

p111

 

 

세상을 살아가는 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서로가 서로의 곁이 되어줄 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다정함이 가득한 책이다.

 

내겐 베이킹이 전부였고, 내가 존재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무언가에 이렇게 완전히 의존하는 건 안전하지 않았다. 내게 베이킹 외에도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p162

 

 

키티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에 참가한 레이싱 선수고 우리는 키티의 정비 담당자다. 만약 키티가 너무 빨리 달리다 트럭에서 탈선하면 그건 키티의 책임이다. 우리는 차가 잘 달릴 수 있게 도움을 줄 뿐, 핸들을 잡은 건 키티다.

p166

 

키티와 앨이 만든 따스한 빵에는 사람을 치유하는 마법 같은 힘이 느껴졌다. 암흑의 동굴 같던 세상은 베이킹을 시작한 뒤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키티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달려가는 열정, 그것을 뒷받침해준 가족의 든든한 지지와 사랑, 마을 사람들의 연대와 애정 어린 배려, 바라는것 없이 기꺼이 자신의 노하우를 나눠주는 베이커들의 에피소드는 우리가 깜빡 잊고 있던 가치를 일깨워준다.

절망에 빠진 사람을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 삶을 포용하고 사랑하는 용기가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키티의 이야기는, 깊은 슬픔의 파도를 지나온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명랑한 위로를 한가득 안겨주는 달콤함이 묻어있다.

또한 2부에 실린 베이킹 레시피는 키티가 직접 개발하고 현재 오렌지 베이커리에서도 인기있는 빵들이라고 한다. 너무나 감각적이고 풍성한 사진과 아빠 앨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 꼼꼼한 설명은 이 책을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히든 포인트같다.

행여 주위에 슬픔으로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작은 토닥임과 함께 이 책을 건네주면 인생 최고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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