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기 세계 - 내일을 위한 유토피아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 1
알렉시 제니 외 지음, 전미연 외 옮김 / 황소걸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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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과 함께 기후변화, 식량부족, 화석연료 고갈, 빈부격차, 저성장, 인구불균형 등 각종 사회, 환경 문제가 기술의 탓이든 시대의 흐름이든 대두하고 말았지만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을 일 같다. 게다가 현대인의 시공간 감각은 이런 문제들이 미래에 어떤 양상을 보일지에 대한 상상력에 어느 정도의 한계를 짓고 마는 듯 하다. <22세기 세계>는 현재의 문제들이 22 세기에 들어서서 어떻게 "구시대적인 문제"가 될 것이고, 인류의 뼈를 깎는 고통의 수혜자인 미래인들의 삶이 지금과 얼마나 동떨어있을지를 유쾌하고 다소 낙관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책이다.


1장에서 알렉시 제니는 인간의 생활 공간이 한 사람 분의 공간인 유닛화 되고, 모든 물질이나 정보를 웹상에서 다운 받아 부분적으로 자급자족하는 미래인의 모습을 그렸다. 이런 미래에서 남녀 간의 만남 또한 웹상에서 가상으로 이루어지고, 태아(유기체라고 표현한다) 역시 '배달품목'이 된다. 
2장에서 장 가드레는 부유층과 서민층의 소득격차의 상한선이 법적으로 규제되는 세상을 묘사한다. 여기서는 '소득'이란 것의 정의를 다시 내리고, 부유층의 소득 재분배가 가져올 사회적 안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3장에서 이브 생토메는 제비뽑기를 통해 국회위원을 선출하는 미래 프랑스 사회를 그렸다. 의원은 남녀 성비가 균등하게 이루어지게 하고, 당첨의 기회를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제비뽑기가 진행된다. 이렇게 선출된 의원들은 안건 처리를 위해 과거시대보다 더 많은 국민들과 SNS로 대화하고 자유롭게 토론을 진행한다. 모든 것이 제비뽑기 투표를 하기 이전의 시대보다 더 활기차고 공정하게 돌아간다.
프랑수아 드 생글리는 4장에서 결혼제도가 폐지되고 핵가족의 개념마저 해체되어 1인가구가 당연시 되는 미래 프랑스의 모습을 그렸다. 이런 미래는 남녀 평등을 주장하면서도 전통적으로 여자에게만 가정일을 일임하게 되어버렸던 21세기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제도 폐지를 선택한다. 미래 사회에서 남녀라고 하는 구분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없는 것이 된다. 아이의 양육 또한 적절한 남자와 여자가 입양을 통해 한 가정의 형태를 이루면서 진행된다. 이는 어린이의 성장에 있어서 최소한의 정서적 접촉이 필요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맺어지는 사회적 약속이다. 가족이 해체되지만 1인가구는 공동 주택에서 생활하며 서로 존중하는 법을 익혀나간다.
5장에서 장 베라르는 높은 범죄율을 줄이기 위해 오히려 재수자의 비율을 줄이도록 하는 과감한 선택이 오히려 일반화 된 미래 사회를 그렸다. 도덕, 범죄, 처벌의 권한 등의 문제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많은 문헌들을 실었다.
6장에서는 영화에서 보던 것 처럼 허공을 가르는 초고속 대중교통이 구현화된 사회가 묘사된다. 미셸 파랑은 초고속 열차를 이용하기 위해 4인승 대중셔틀을 이용하고, 초소속 열차가 도심 곳곳을 막힘없이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을 그렸다. 허공이 대중교통의 길이 되면서 21세기까지 유지되었던 땅 위 도로들이 모두 주거지, 공용지, 상업지 등으로 교체된다. 
7장에서 마티외 칼라므는 농업 기술의 발전을 통해 로컬 푸드가 활발하게 유통되고 친환경적 농법이 가능해지는 미래 사회를 그렸다. 더불어 지나친 육류의 소비가 법으로 금지되고 과일과 채소의 배급이 의무화되어 사람들의 건강 또한 크게 개선된다. 뿐만 아니라 가축이나 어업 양식 등도 친환경적으로 변화하여 동물 생존권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다.

8장은 앞의 1-7장과 달리 가장 비관적인 시선을 담고 있는 내용이다.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질병의 치료보다 예방이 주요 슬로건이 되는 22세기 사회가 된다. 자크 로드리게는 17세기 소설가 새뮤얼 버틀러의 소설 <에레혼>에 그려진 디스토피아가 실현됨을 우려한다. 질병의 예방이라는 과학의 진보로 인하여 질병은 '범죄'로 여겨지게 된다. 장애인이나 사소한 만성 질환을 갖고 태어나는 사람들의 '불운' 자체가 '범죄'가 된다. 그런 유전적 소양을 물려준 부모 또한 법적으로 죄인으로 인정된다. 자크는 <에레혼>의 장점에 대해 오늘날의 과학만능주의와 생물학 중심주의의 위험성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마무리 짓는다. 


이 책에서 취하고 있는 '선택'들이 어떤 정치 세력의 의견과 부합하는지, 정말로 이런 미래 모습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와 상관없이, 저자들은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의 본질을 날카롭게 인지하고 생각해보게 해준다. 분명 남녀평등, 가족 해체, 환경파괴, 빈부격차 등은 논의를 피해서는 안되는 문제인 건 사실이지만 어떤 완벽한 하나의 해결책이 나올 거라 기대하기는 어려운 사안들이다. 이 책은 지식인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줌으로써 나온 책이다. 어떤 선택을 취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부작용이나 실패에 대한 상상은 일단 접어두었다. 발상을 전환함으로써 맞이하게 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의 모습에 대한 낙관적인 생각들이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써져 있다. "그게 말이 돼?" 라고 일단 따지고 들기 이전에 꿈 처럼 그냥 상상만 해봐도 즐거워지는 걸 경험해보면 좋겠다. 활발한 논의와 개선책 마련은 유연한 사고에서 먼저 시작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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