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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다 ㅣ 하다 앤솔러지 4
김엄지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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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간단하고 싶었고, L은 무엇이든 깊이 파려고 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서로 반대가 되어 나는 더 깊이 파려는 쪽으로, L은 더 간단해지고자 했다.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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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대는 욕심에 가깝다. 사람들이 사송에서 느끼는 실망감은 대개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다. 자기의 기대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실망감이 클 수 있다. 허황된 것, 비현실적인 자기 인지, 비대한 자기애, 불필요한 자기 해석, 무언가 기대하고 어떤 공간에 간다는 것, 그 의미는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더 나은 미래는 더욱 빠른 자기 인식에 있다. p.28. #사송#김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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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실은 다 기억나지도 않는,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말들을 생각했다. 그러면서 다시금 말을 간직하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매일 밤, 차갑고 딱딱한 마음을 파서 하루치의 말을 묻는 일, 조금씩 더 깊이 파고, 오래 파는 행위에 단련되는 일, 말들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하게 잠그는 일, 그러니까 안전하고 평화로운 하루를 영위하는 현명한 사람들이 매일 되풀이 하는 일들, 그건 애실이 평생 노력했으나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던, 현서로 인해 잠시 잊었던 일상이었다. p.64 #하루치의말#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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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 네 번째 편인 「듣다」를 읽었다. 잠들 무렵 한 편씩 읽으려고 했는데 한 달음에 읽었다😀. 모두 다 아는 작가들 이었지만 김엄지, 김혜진 작가님의 단편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이후 오랜만에 만났고, 서이제, 백온유 작가님의 경우 이 작품들로 인해 다른 작품들이 더 궁금해진다. 그리고 뒤늦게 국내 SF 시리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터라 곧 만나게 될 최제훈 작가님의 작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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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다’라는 말을 들으면 생각나는 것들, ‘들리는 소문’, ‘귓등으로 듣는다’, ‘내 이야기를 어디로 들은 거냐’, ‘악한 소리는 듣지도 마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라’와 같은 부정적인 듣기도 있지만, 성경의 ‘귀 있는 자는 들어라’,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다’, ‘귀 기울이다’, ‘내면의 소리를 들어라’, ‘곧이 곧 대로 들어라’, ‘귀를 쫑긋 세우다’,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등과 같이 ‘듣는다’라는 것은 일상속 말하는 행위와 함께 적극적, 소극적 소통의 과정이자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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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달리 휘발성 있는 말을 하거나 듣고 기억하는 일, 연인과 헤어지고 돌아온 후, 온갖 사방에서 들리는 일상어를 듣던 중..지난날 한 말을 기억하고 총체적으로 돌아보는 이야기(#김엄지_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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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오고가는 대화속에서 진심으로 자신의 말을 경청해주었던 사람을 만나면서 삶의 고삐를 손에 쥐어 자신의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만 같은 나날들이었지만 다시금 말을 삼켜야 했던 이야기(#김혜진_하루치의말). 이야기를 차마 자신이 경험한 끔찍한 일을 말하지 못해 마음깊이 묻은 채 떠나야만 했던 시골 고향과 영원히 이별하는 고하는 일(#백온유_나의살던고향은), 조기유학을 혼자 떠난 아이가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 까지 그 또래들이 성장하면서 가족과 친구들과 평범하게 할 법한 말들을 하고 듣을 수 없었던 다시 돌아오지 못한 그 시기를 삼촌의 눈에서 바라보는 일(#서이제#폭음이들려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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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에 걸린 사랑이라는 단어를 말할 수 없어, 들을 수도 없는 나라의 사람들이 작은 배려로, 세세한 관심으로, 살뜰한 보살핌으로, 따듯한 눈길로, 정다운 미소로, 넉넉한 포옹으로, 애틋한 눈물로, 말 없는 희생으로, 너그러운 이해로, 무조건 적인 지지로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최제훈_전래되지않는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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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편의 ‘듣기’에 관한 이야기들은 외부의 듣기로 시작해서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데까지 나아간다. 앞선 시리즈들도 찬찬히 다 읽어보고 싶은데 이번 「듣다」 시리즈는 제각각의 스타일이 있다. 오래전 익숙해지기 어려웠던 김엄지 작가님의 이번 이야기들은 문장 한줄한줄이 품고 있는 시간이 보이는 것 같았고, 여전히 엄마의 이야기가 포함 된 김혜진 작가의 이야기 또한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노래를 듣는 것처럼 좋다. 백온유 작가의 소설은 한 편의 시나리오를 보는 것 같아 작가님이 더 궁금해진다. 책 디자인은 또 왜이리 이쁜지.. 그리고 ‘하다’의 다음 시리즈 「안다」에는 김경욱, 정이현 작가님이 포함되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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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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