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 인간은 어떻게 미지의 세상을 탐색하고 방랑하는가
마이클 본드 지음, 홍경탁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과거 자동차 좌석이나 조수석에는 언제나 전국을 누비는 지도책이 있었다. 길을 나서기 전 그 책을 통해 갈 길을 돌아보고, 중간 중간 휴게소에서 쉬기 전까지 이정표를 놓치려 애쓰지 않으며 다시 출발 전에 책을 들여다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그 책들은 박물관에 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이제 길은 찾는 것이 아니라 안내되어 지는 것. 길을 잃을 일은 없지만 정신을 잃을 일은 더 늘어나거나 빨라질 수 있음을, 그것이 다름 아닌 우리의 뇌가 어느 날부터 기억, 집중력, 공간지각력 등을 종합적으로 사용하면서 발달해온 순간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발생한 일들에 대하여 인류학, 의학, 심리학의 개념을 도입하여 기술하고 있다.
.
책의 표지를 보면 항로와 육로을 탐험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나침반과 조종대가 보인다. 지도와 나침판, 망원경, 표지판, 그리고 산봉우리를 포함한 여러 랜드마크가 보이지만 GPS를 장착한 네비게이션이나 휴대폰 등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여러분은 어디에 가장 먼저 눈이 갔는가? 나의 경우 ‘길 잃은’이란 두 단어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아마도 ‘길’이라는 것 자체가 본연의 의미와 여러 가지 알레고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얼마 전 우연히 길 잃은 아이를 길에서 만난 후 어릴적 기억이 떠올랐고, 의외로 길을 잃은 경험이 있는 분들이 몇 분 계신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번도 가지 못했거나 정확한 노선을 모를 때 A에서 B로 가기 위하여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바로 카카오맵을 열어 길찾기를 누르는 일이다. 아마도 여기에는 ‘경로’를 탐색하기 위한 1차적 목적도 있으나, 더불어 ‘시간’이라는 것이 우리에겐 더 없이 중요한 것이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
마이클 본드가 쓴 이 책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정주를 해온 네안데르탈인과는 달리 아프라카를 나와 남미까지.. 그리고 지금은 달나라까지 다녀온 현생 인류이다. 이들에게 과거 시간이란 오늘날과 달랐기에 특정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을 단 두 어 시간 만나기 위해 꼬박 며칠을 길을 나섰다는 문장들이 보인다. 이정표도 없고 지도도 없으며 GPS도 없는 그 세상에 그들이 길을 나섰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에 의지할 것이라곤 길 위의 풍경을 머릿속에 담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왔다가 처음부터 다시 걷기를 시작하고 이 방향 저 방향 다 가본 뒤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길을 떠났다는 말이 있다. 또한 오래전 ‘늑대와 함께 춤을’이라는 영화에서 그들이 서로를 부르는 긴 이름에 놀랐듯이, 그들이 사는 곳의 지형과 풍경과 분위기까지 포함하여 지명을 정한 것을 통해 과거 인류가 걸어간 길에 대한 포문으로 책은 시작된다.
.
이 책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길찾기라는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출입이 제한되고, 사회적인 활동이 적었던 여성들의 경우 길찾기가 생물학적인 성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그런 사회문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남성들보다 길찾기 능력이 다소 떨어졌던 점을 이야기한다. 이는 과거 어린아이들이 동네에서 숨바꼭질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인지에 깊은 영향을 미쳤음을 오늘 날 아이들의 생활반경과 비교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길찾기 능력이 떨어진 것을 이야기하는 부분과 마찬가지이다. 첫 해외여행을 시작한지 벌써 20년이 흘렀고 돌이켜보면 2010년 이전까지는 구글맵을 사용하지 않고 다녔고, 길을 잃은 적이 잘 없고 길눈이 좋은 편이거니 했지만 한번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선 호텔을 찾지 못해 두 시간을 밖에서 해맨 적이 있었다. 그러니 길잃기란 길눈이 아무리 좋은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랜드마크라곤 찾아볼 수 없는, 숲과 같은 곳에서 길을 잃는 것을 비롯해서 아주 순간적으로 위치 파악을 잘못할 경우,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충격적인 이야기까지 나온다.
.
산티아고의 길을 걷고, 목적지 없는 산책, 길위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기도 하지만 때로는 미지의 세상을 탐험하고, 때로는 길을 잃도록 버려두는 것만으로도 다시 길을 찾는 능력을 찾게 되는 역설적인 여러 가지 사실들과 관련된 철학적 성찰을 ‘뇌과학’을 통해 설명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의 3장 부분은 그간 뇌과학책을 어느 정도는 읽었다 생각했지만 내게는 조금 어렵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이 책의 랜드마크와 같은 주요핵심을 놓치지 않고 읽고자 노력했다. 앞으로 인류는 제트택시나 순간이동과 같은 세상에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미지의 세상은 탐험의 대상이 아니라 이제는 떠올릴 수 없는 대상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
.
#길엃은사피엔스를위한뇌과학#어크로스#마이클본드#WAYFINDING#독서#책읽기#북스타그램#뇌과학#어크로스북클럽_시즌1_ABC#어크로스북클럽#북클럽제공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