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8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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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의 마지막 부분이었던 5편에서는 이 책 전체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대심문관 이야기를 중심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리스도가 인간에서 준 그 '자유'가 인간을 오히려 더 불행하게 만들었는지, 오히려 불필요한 욕망과 오만을 넘어선 인간의 추악한 행동으로 나아가는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그리스도는 대심문관이 모든 말을 쏟아 부을 동안 침묵으로 가만히 지켜본다. 그리고 대심문관 역시 자신이 품었던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동안 자기가 품었던 회의가 무엇인지 결국 스스로의 변론 끝에 찾아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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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무리가 된 후, 2부의 시작 6편에서는 러시아의 장로들 이야기로 시작된다. 조시마 장로의 선종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수도사들을 모아둔 장소에서 그의 담화와 설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간이 그리스도의 선한 사랑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 하나님의 사랑을 감히 넘어설 죄라는 것이 있는가에 대하여 자신의 형의 삶과 죽음, 청년시절의 조시마 장로의 삶, 세상이 수도사를 바라보는 눈과 수도사들 스스로 여러 핑계를 갖는 일에 대하여 더 높은 기준을 갖고 어떻게 실천을 할 것인지, 그리고 러시아의 뿌리 깊은 계급사회에 대하여 그리스도의 관점에서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말고, 서로 사랑하라는 것을 알려준다. 무엇보다도 장로 자신의 젊은 시절 일화는 한 사람이 만인에게 죄인이라는 것,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인간이 깨달을 수 있는지에 관하여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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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설교들은 대부분 알료사가 조시마 장로 사후 그것을 정리한 내용으로 책 속에서는 소개가 되는데, 장로의 선종을 앞두고 대부분의 러시아 시민들은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살아있는 동안에도 그들의 삶 속에서 여러 안식을 주었던 그였기에 장로의 죽음은 분명 병자들을 낫게 하고, 이전 신부들의 죽음에서 나타났던 기적이 일어날 것을 기대하지만 정작 조시마 장로의 시신은 여느 사람의 죽음과 다르지 않게 시신이 부패되고 냄새가 나는 일에 사람들은 다들 실망을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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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료사 역시 그들과 다름이 아니고 거의 절망한 상태에까지 이르러 있는 동안 라키친이 다가와 그를 그루센카에게 데려 간다. 라키친이란 인물은 1부에서도 몇몇 에피소드를 통해 소개가 되지만 자신의 이익에 눈이 밝고 열등감과 시기심으로 뭉쳐진 출세지향주의 인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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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알료사는 그루센카와의 대화 도중 인간이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행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선행. 이른바 이 소설에서 '양파 뿌리'이야기로 대변되는 이야기를 통해 다시 깨달음을 얻는다. 인간은 고작 이 세상에 태어나서 양파하나 건네는 선행에서 그치고 마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를 통해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그루센카의 모습은 사뭇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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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2권에서는 조시마 장로의 죽음을 계기로 알료사의 방황과 다시금 회복의 과정을 거치고 일 단락 마무리 된 후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 장남 드미트리의 행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급속이 전개가 된다. 그리고 이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이야기들, 그리고 이 책의 핵심 사건이 여기에서 다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인간 드미트리가 어떻게 마음속에서 파멸과 구원에 이르는지 그 과정을 그대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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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살해자로 지목된 그가 자신을 체포하러 온 예심판사 앞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들 속에는 그간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대한 귀동냥으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도스토엡스키가 2권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핵심적인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대심문관의 이야기를 통하여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라는 것을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이겨낸 시험처럼 인간들이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이유 같은 것은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견딜 수 없어하면서 인류애를 이야기하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사랑이 아니라 내 이웃의 사랑을 품을 수 있음을 설파할 뿐이다. 어쩜 이 부분은 젊은 날 도스토옙스키가 품었던 신앙에 대한 회의적인 관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후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한알의 밀알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이야기는 3권으로 고고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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