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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나오미 크리처가 담아낸 미래 세상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미래처럼 도시적이기 보다는 정겹고 촌스러운 부분들이 많았고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다.
특히 학교 생활에 잘 녹아있는 로봇들이 굉장히 그럴듯한 미래라고 생각했다.
(그다지 유능하지 않은 학교의 로봇들, 이 친구들은 교육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선생님들의 귀찮은 업무나 일손을 덜기는 한다.)


캣피싱은 주인공 스테프와과 체셔캣이라는 이름의 AI, 이렇게 두 캐릭터를 중점적으로 두 개의 시선이 번갈아 나오며 이야기가 흘러간다.
체셔캣이라는 AI는 본인(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좀 그렇기는 하지만)에게 주어진 업무 이외에도 스스로 생각해서 약간의 사고를 치기도 하고 또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도 보인다.

AI가 인격을 가진다는 가정은 많이 접했지만 이 <캣피싱>에 등장하는 AI의 독특한 점은 어떤 한 채팅방을 특히 좋아하고, 그중에 한 인물을 특히 아껴서 도와주고 싶어하는 귀여운 성격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양이 사진 좋아하는 거 너무 깜찍하잖아!

학생들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마냥 스릴 없지도 않고 나름 박진감 넘치는 순간들도 있다.
아빠가 스테프를 쫓아올 때 같이 아찔해져서 아주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그리고 사실 그 부분에서 이미 잘 시간이 넘은 상태였는데 책을 덮기 애매해서 대충 그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 나는지까지 보고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다양한 정체성에 관해 짧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언어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간 점도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청소년들이 어떤 과학적인 부분에서든 이런 인식적인 부분에서든 현재와 미래를 비교하고 받아들일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처럼 재미로 읽는 책의 내용은 반드시 지식이 되지는 않아도 어떻게든 삶에 영향을 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약 400페이지 정도로 두껍지 않다고는 못하는 책인데 사실 읽어보면 내용이 그정도로 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두께는 그렇지 않지만 가볍게 읽기 좋은 책!
부디 다른 독자들이 이 넓은 책등에 겁먹지 않기를.. 하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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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세계라면 -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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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제일 좋았던 책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이 글을 통해 소개할 책과 같은 저자의 책인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꼽을 것이다. 잘못된 사회 구조가 우리도 모르는 새에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지에 대해 쉽지만 깊이있게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다.

너무 인상깊었던 책이고 그래서 다른 책들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있었고 이제서야 <우리 몸이 세계라면>을 읽게 되었다.

앞서 읽었던 <아픔이 길이 되려면>처럼 우리 사회 구조가 누구를, 어떻게 병들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은 생산되는 지식과 그 지식들의 불평등함이다.


첫 번째 챕터인 '권력, 어떤 지식이 생산되는가' 에서는 의학 연구에 스며들어 있는 남성중심적인 시각의 다양한 사례들과 담배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적정 실내 온도나 약물 투약 용량 등 남성 기준으로 맞추어진 과학 지식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또 다시 화가 나기도 했고, 과학자를 매수해 유리한 지식을 생산해냈던 담배회사의 마케팅 전략은 충격적이었다. 지금 기억에 남는 하나는 어린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아이들 눈높이에 담배 광고를 위치시키는 전략인데 '돈을 벌기 위해 못하는 짓이 없구나'하는 생각까지 드는 정말 파렴치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세번 째 챕터인 '기록,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것이다.

과연 타이타닉호에 탑승했던 사람들의 사망률은 평등했을까?

p. 151

읽자마자 헉 하는 소리와 함께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1/2/3등실 중 3등실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고, 1등실 승객과 비교했을 때, 3등실 승객의 사망률은 남성의 경우 1.24배, 여성과 어린이의 경우 20.4배 높았다.

남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죽음에 가깝다는 사실은 단단히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일을 이상하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래서 이 저자는 그러지 말자고, 우리 계속 이야기 하자고, 질문을 던지자고 이야기한다.


네 번째 챕터에서 흑사병과 관련해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 대응 속에서 어떠한 차별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이 있다. 읽으면서 재미있고 또 대단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오늘날에 와서 이 일을 다시 돌이켜보고 분석하는 과학자들이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었다.

'사회계층에 따라서도 흑사병으로 인한 사망에 차이가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당시 정부가 지역별 인구 분포, 사망자의 나이, 성별, 소득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을 남기지 않아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기가 어려워지자 포기하지 않고 질문을 바꾸어 던진다.

'흑사병으로 인한 사망은 흑사병 유행 이전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받았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공동묘지에 묻힌 490개의 유골을 조사하고, 유골의 취약성을 측정한 후 취약성이 높을수록 사망할 확률이 높았다는 결과를 도출해낸다. 이 결과에서 영양 상태가 취약했던 하층 계급 사람들이 흑사병으로 더 많이 사망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질문을 바꿔서라도 세계를 탐구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집요함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고, 또 이런 과학자들의 모습에서 어떤 쾌감을 느꼈다고 하면 너무 이상하려나?

흑사병은 당시에 원인을 알 수 없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아주 무시무시한 병이었다.

이 챕터를 읽으며 코로나 바이러스 생각이 아주 많이 났다. 지금이야 어쨋거나 백신이 나왔고 또 접종이 시작되었지만 코로나 시대 초반에는 정말 세계가 아비규환이었으니까. 무지의 공포 속에서도 더 윤리적이고 더 과학적으로 대응하도록 노력하자는 김승섭 저자의 말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챕터의 마지막 부분은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드는 일>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해외 논문을 연구 성과로써 더 높이 쳐주기 때문에 한국의 연구가 모국어로 출판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더불어 주류에 탑승한 연구가 더 관심을 많이 받기 때문에 권력과 자본에서 소외된 이들을 연구할 자리는 너무나도 작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권력에 치우친 세상이 짜증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할 무렵 나를,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저자의 한 마디로 책은 끝을 맺는다.

"하지만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 라는 한 문장이 얼마나 든든하던지.

그리고 실제로 계속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이 서평을 통해 나라도 알려드리고 싶다.

작년에 과제를 하다가 필요한 일이 있어서 저자에 최근 연구에 대해 찾아볼 일이 있었고, 코로나 시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연구 발표를 하신 영상을 볼 수 있었다.

비교적 최근의 연구를 알고 있어서 그런가 나는 이 계속해보겠다는 저자의 다짐이 너무도 크게 다가왔다.

나를 포함해 김승섭의 책을 단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이 멋진 연구자를 최선을 다해 응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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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이어 말한다 - 잃어버린 말을 되찾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
이길보라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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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보라의 <당신을 이어 말한다>는 소수에게 무례한 사회에 일침을 날리면서
소수인 그들 자신을 위해, 또는 자유로운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내가 여기 있어.’, ‘나도 말하고 있어.’ 라고 곁에서 이야기를 건네며
그 다음은 독자인 ‘당신’이 이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책이다.

이길보라는 농인 부모를 둔 코다(CODA)이다.
*코다: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음성 언어보다 수어를 먼저 익히며, 농인과 청인 문화에 모두 익숙하다.
그녀는 부모의 장애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적 편견들에 둘러싸여 성장하면서 느낀,
소수라는 이유로 다수처럼 누리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하고, 이야기한다.
이런 삶의 방식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에도 같게 적용되어 그녀가 페미니즘과 임신중지에 대해 말하게 하고, 이에 더해 과거 베트남전으로 인해 아직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한 번 더 살펴보도록 했다.
우리가 알아야 하지만 알고 싶지 않아하는 것들.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들. 이길보라는 이런 것들을 세상에 끄집어내 모른 척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콕콕 찌른다.

그래서 나도 많이 찔렸다. 청인 위주인 세상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구나 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그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눈 앞 가로등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알림 버튼이 있었는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 가로등 근처 바닥에는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럭이 없었다.
노란색의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은 횡단보도의 가운데 쪽에만 짧게 설치되어 있었고, 왼쪽과 오른쪽에 위치한 가로등까지는 이어져 있지 않았다.

그럼 이걸 어떻게 알고 와서 누르지?
다른 사람들이 눌러줘야 하는 걸까?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면 어쩌지?

쓸모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애매한 버튼이었다.
이 버튼이 횡단보도 한 쪽에 놓인지 꽤 오래되었는데 지금에서야 이 생각을 한다는 사실도 참 웃겼다.

P. 186
몇 차례의 문제 제기 끝에 수어통역사가 무대 위에 올라서게 되었다. 그러나 화자 옆이 아닌 무대 구석이었다. 조명이 가까스로 비치는 곳에서 ‘청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선’에서만 통역할 수 있었다. 무대에 수어통역사가 등장하자 비로소 청인들은 농인의 존재를 자각했다.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고 ‘우리는 이런 소수자의 언어를 존중하는 진보적인 사람들’이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챙겼다.

이 버튼도 그저 누군가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챙기는 일 중 하나였을까?

여성인권과 관련해서는 ‘이길보라’라는 사람과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아주 든든했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하고 있지만 가끔은 내가 이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나, 뭐가 바뀌기는 할까 하는 절망적인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나서서 임신중지 경험을 공유하고, 여성을 위해 마이크를 사수하는 저자를 보니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괜히 마음이 벅차오른다.

P. 98
누군가는 당연하게 마이크를 잡았다. 나는 화가 났지만 공손하게 마이크를 뺏었다. 최대한 하고 싶은 말을 한 후 다른 여성 심사위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 ... 언젠가는 심사위원과 같은 일을 하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나’를 대변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무언가를 결정하도록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너무 당차고 멋진 언어가 많은데 소개하자니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다 담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사회가 비장애인으로 규정한 다수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날을 바라는 그녀의 이야기 덕에 나는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할 힘을 얻었다.
또 혼자가 아니라고 외쳐준 덕에 용기를 얻고 마음을 굳게 다졌다.
나와 비슷한 마음을 느끼고 있을 2030 여성들, 또 자라나는 10대 여성들에게 든든함을 주고, 연대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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