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들여다보면 문득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토록 소중한 것의 시작 부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시작은 모르는데 
어느새 내가 거기들어가 있었고, 
어느새 살아가고 있고,
어느새 끝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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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나는 ‘인생 사용법‘이라는 호기로운 제목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내가 인생에 대해서 자신 있게 할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내게 ‘단 한 번의 삶‘이 주어졌다는 것뿐, 그리고 소로의 단언과는 달리, 많은 이들이 이 ‘단 한 번의 삶‘을 무시무시할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런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적기로 했다. 일단 적어놓으면 그 안에서눈이 밝은 이들은 무엇이든 찾아내리라. 그런 마음으로 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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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빈소는 마치 소설의 반전과도 같았다. 반전은 독자의선입견과 자만심을 통렬히 일깨우면서 이야기 전체와 인물을 새롭게 보게 만드는 극적 장치로, 그날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엄마라는 인물에 대해 내가 별로 알고 있는 게 없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는 내가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시절의 자신에 대해 입을 다문채 이 세상을 떠났고, 그럼으로써 내게는 제한된 정보만으로 독자가 적극적으로 상상해내야 하는, 소설 속 인물들과 다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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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이 세계가, 겨울의 한복판이라도 우리는 봄을기다리기로 선택할 수 있다고. 봄이 온다고 믿기로 선택할 수 있다고.그런 마음으로 이 소설들을 썼다.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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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연안에 내리는 눈들은 좋겠다
내리자마자 바다가 되니까

마을에 내리는 눈들은 좋겠다
내리자마자 사람이 되니까

골짝에 내리는 눈들은 좋겠다
산그늘을 덮고 봄을 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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