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는 여전히 싸움을 했다. 이제 보라에게 싸움이란 두 눈을부릅뜨고 주먹을 쥐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상대로 꼭 이겨야겠다고, 승리를 쟁취해야겠다고 투지를 불태우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것은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 것 같은 일상자체였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천진난만한 사람들. 꿈을 꾸는 사람 특유의 설렘과 순진함이 느껴졌다. 그런 순진함이 보라에겐 뭘 모르는 어린아이의 것 같았으나, 한편으로는 자신이 틀렸기를 바랐다.
그 순간 보라는 알았다.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을 뿐, 이 일을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
한명이 무너진 그 순간에 다른 한 명은 무너지지 않았다.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했다. 서의 침묵에 잠깐씩 기대며 우주와 선미는 무사히 멀어졌다.
타인을 배제하는 쾌감을 우주는 맛보았다. 그 쾌감이 우정의 기쁨으로 느껴졌다. 우주가 추출한 표본의 여자아이들이 어째서 놀이가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그룹을 만드는지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