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거친 표면이 귓바퀴에 닿을정도로 귀를 가까이 대자 아주 작은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휘이익, 하고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 같기도 했고 장작이 타는 소리 같기도 했다. 백주가 설경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자 설경은 손을 입에 가져다대며 조금 더 들어보라고손짓했다. 백주는 다시 귀를 댔다. 불분명하게 맴돌던 소리들이 조금씩 서로 뭉쳐지는 것 같기도 했다. 어느 순간 백주는 숨 쉬는 것도 잠시 멈췄다. 그리고 분명히 들었다.꺼내줘.
ㅡ성혜령, 「운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은 갑자기 그쳤다. 마치 변덕스러운 신이 구름 속으로 손을 뻗어 스위치를 딸깍 내린 것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로등 아래 춤추는 눈송이들. 창문을 장식한 색색의 전구들. 구세군의 맑은 종소리. 노점에서 풍기는 어묵 냄새. 사람들의 웃음소리...... 눈 내리는 연말의 밤거리를 통과하면서은화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감각했고, 그러는 동안천천히 비참해졌다. 어린 은화는 배우로서 그 비참함을 잘간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만큼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그녀 자신의 것이었으므로. 작고 파란 불씨 하나가 그녀의정원 안에서 고요히 타올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파가 움직였어. 서현은 생각했다. 그뿐이었고,
그럼에도 조금 놀랐고,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윤단, 「남은 여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틴 바우어가 파랗고 쓸모없는 물건들로 공들여 정원을 장식하듯, 사람들 앞에서 고통의 파편을 훈장처럼 늘어놓던 내담자들. 그들은 오직 그 순간에만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삶에서 상처를 빼면아무것도 남지 않을 사람들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