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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은 응답하라 - 정치에 속고 자본에 털린 당신
톰 하트만 지음, 한상연 옮김 / 부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성실히 노동하는’ 1인이 다른 가족 2~3인의 생계를 부양할 수 있는 상태를 ‘중산층’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가히 ‘중산층 몰락의 시대’다. 물론 여기서의 ‘생계 부양’이란 제때 밥 먹을 수 있는 정도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가족들이 사회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고 여러 문화적 콘텐츠에 대한 최소한의 향유가 가능해야 한다. 지금은 ‘혼자 벌어’ 자녀들의 또래 평균치 사교육조차 버겁다.
놀랄만한 발견도 아니다. ‘불안한 세상’은 상식이 되었고 시중에는 “세상이 왜 이런지 따지지 말고 너부터 살 생각을 해라!”면서 불안타파 비법을 소개하는 책들이 수두룩하다. 원인 따지지 말고 돌파구만을 찾으라는 셈. 하지만 전자 없는 후자는 그 효능의 한계가 명백하다. ‘각자도생’의 주술을 믿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오히려 나쁘게 변해왔지 아니한가.
<중산층은 응답하라: 정치에 속고 자본에 털린 당신>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톰 하트만은 중산층 몰락에 관한 가장 본질적인 이유를 짚는다. 그는 중산층 위기를 두루뭉술한 시대적 상황 정도로 규정하지 않는다. 한국판 제목이 여기서 빛을 발하는데, 중산층은 (정치에) 속고! (자본에) 털렸다! 기존의 룰을 ‘고의적으로 분배방식을 변화시킨’ 누군가 때문에 이 난관이 시작되었음을 하트만은 분명히 밝힌다.
하트만은 이 문제를 단순히 ‘빈곤층의 증가’로서만 언급하지 않고 ‘중산층의 몰락’이 곧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 토대’가 훼손됨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워킹해도(working) 가난한(poor) 곳에서는 온갖 꼼수와 갑질이 성행하고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고 말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민주주의와 중산층 가운에 어느 한쪽이 파괴되면 다른 한쪽도 파괴되고 만다.” (20p)
많은 이들이 “그래서 성장을 통해 경제문제를 해결하면 민주주의가 따라오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이 책은 바로 그런 패러다임 때문에 중산층 몰락이 가속화되었음을 분명하게 경고한다.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인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서 성장이 아닌 분배의 경제모델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보다 더 적합한 이유가 있겠는가. 진단이 정확하면 어떻게 중산층이 회복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설명도 명쾌하게 들린다. 재테크 그딴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룰을 변경시킨 사람들, 그쪽에게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목소리를 높이고 저항하자.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굴복해서는 안 된다.” (278p)
p.s. (1) 원제는 <Screwed: The Undeclared War Against the Middle Class>, 번역하면 <엉망진창이군! 중산층에 대한 예고하지 않은 전쟁> 정도다. 원제도 좋지만 중산층의 ‘예고하지 않음’을 ‘속고 털린’ 상황으로 보다 확실하게 드러낸 국내판 제목도 울림이 상당하다.
p.s. (2) ‘뉴딜정책’을 추진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재선) 후보 수락연설 전문이 ‘통인용’ 되어있다. 상당한 분량임에도 앞뒤 맥락과 조우하여 전혀 어색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