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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 - 그곳에 살아 있는 감각과 기억에 대하여
아키코 부시 지음, 박지영 옮김 / 멜라이트 / 2026년 5월
평점 :
사소한 것을 위대하다고, 위대한 것을 사소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안정적인 것을 불안정하다고, 불안정한 것을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키코 부시는 [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를 통해서 공간과 사물이 주는 의미, 낡거나 불안정하더라도 결국 그 의미들이 마음 속에 남게 되고 교훈을 주게 된다고 말하며 사색을 돕는다.
“이 책 《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에서 나는 같은 주제에 천착하는 한편, ‘집’이라는 개념이 지닌 모호한 이면에 주목하려고 한다. 하여 각각의 글들은 집이라는 공간에 내재한 불확실성, 배치와 이동이라는 관념, 연약하고도 집요한 인간의 기억, 유용함과 무용함의 미학 그리고 이 세상에서 제자리를 찾거나 찾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 등을 다룬다. 그러니까 안정에 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불안에 관한 이야기다.”
아키코 부시, [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 중 발췌, P.8
모든 사람에게 고향이 있듯이, 필자에게도 고향이 있다. 실제로 태어난 곳은 기억에 없을지라도 유년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 있다. 그 장소가 바뀌어 있더라도 어느 정도의 형태도, 모습도 기억남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유년시절의 핵심적인 기억이 주마등처럼 흘러 지나가기도 한다. 모든 공간과 사물은 낡고 변할지라도 기억은 남아 있기에 회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저자의 글을 읽으며 완전한 것은 없겠다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슷한 이유로 강아지를 입양했다. 믿음, 사랑, 우정, 흔들림 없는 신뢰로 가득한 강아지의 눈망울, 끝까지 책임지고 돌보는 일에서 얻는 교훈과 보람 같은 것들을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부엌 계단 위에서 벌벌 떨곤 하던 강아지를 키우며 이런 것을 느낄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느낀 것이 있다면 서먹함과 거리감, 우리의 보살핌이 그 보살핌을 받는 대상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교훈이었을테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들이 가치 있는 경험을 했다고 믿는다. 사랑하는 일이 언제나 쌍방향은 아니어서 사랑을 주고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음을 그때 배웠으리라.”
같은 책, P.52
저자는 아이들과 강아지 울피를 키우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좋은 경험을 얻지 못했다. 아이들과 강아지가 함께 교감하며 자라가는 로망과 같은 경험이 아니라, 울피가 병으로 일찍 죽게 되어 아이들이 보살핌으로 인해, 꼭 그 보살핌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한 모순이 펼쳐진다. 완전함을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하더라도 그 안에서 완전을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완벽하다고 해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고, 완벽하지 않다고 해도 완벽할 수 있는 것이다. 공간과 사물을 통해서 나도 겸손하게 배울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완벽하게 모든 것을 이룰 수 없는 사람이기에, 말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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