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허물을 구석구석 벗겨주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나는 자존감만 높이려하고 누구를 도와준다는 명분 아래 내 만족을 높이는데에 온갖 가면과 허세를 드러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의 나의 모습은 루저였다. 가슴이 답답하고 무력감에 시달리며 모든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 무엇에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아무 것도 하기 싫었고 할 수가 없었다.나의 신념, 가치관, 그리고 믿음이라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점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상 보고 생각해왔던 그 죽음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고민하는 과정을 갖고 보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
한스와 하일러. 헤르만 헤세는 두 인물에 자신을 투영시켰나보다. 그 둘이 인간다운 인간을 길러내지 못하는 현실의 교육제도와 숨막히는 틀속에서 질식해 가듯이 나또한 수레바퀴 아래에 깔리는 것같이 답답하고 두렵다. 어떻게 하면 수레바퀴 밖으로 박차고 나갈 수 있을까. 정신병원에 들어갔던 헤르만 헤세가 미친 것인가 그를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만든 이 세상이 미친 것인가. 이제는 어린시절 느꼈던 감동과 의미를 잃어버린 내 주변을 살펴본다. 어쩌다 나는 이곳에 와있는걸까. 너무도 단간하게 덕지덕지 붙여진 내 가면의 껍질을 모조리 뜯어내고 싶다. 내 주변을 이전처럼 순수하게 바라보고 싶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붙들고 살고 싶다. 나는 오늘도 한스처럼 파란 작업복을 입고 껍질을 깨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