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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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타샤 마르탱은 시베리아에서 인류학 연구를 진행하던 도중 곰의 습격을 받아 턱 한쪽이 찢긴다. 치료를 받기 위해 이송된 본국 프랑스에서 마르탱은 그저 흉포한 야수의 공격으로 추한 상처를 입은 불쌍한 환자, 위험한 곳에 스스로 들어가 불운을 자초한 이해하기 힘든 괴짜일 뿐이다. 하지만 그는 타인의 규정이 자신을 옭아매길 잠자코 기다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새로이 다져 나간다. 곰과의 조우에서 살아남아 곰의 표식이 남은 인간과 곰의 중간적 존재로.

개인적으로 거대한 변화를 앞에 두고 있는 나에게는 마르탱이 조우한 곰의 습격이 삶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비유로 느껴졌다. 곧 몰아닥칠 해일에 휩쓸리다 보면 다른 세상이 내 몸에 콕콕 박히겠구나 싶어서. 중간 또는 경계란 불안정한 것. 그럼에도 자신에게 일어난 거대한 사건의 규정을 타인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저자의 결연한 의지가 큰 위로가 된다. 삶이 야수처럼 느껴질 때면 이 책을 다시 집어 들겠다.

* 비채 서평단으로 받은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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