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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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타샤 마르탱은 시베리아에서 인류학 연구를 진행하던 도중 곰의 습격을 받아 턱 한쪽이 찢긴다. 치료를 받기 위해 이송된 본국 프랑스에서 마르탱은 그저 흉포한 야수의 공격으로 추한 상처를 입은 불쌍한 환자, 위험한 곳에 스스로 들어가 불운을 자초한 이해하기 힘든 괴짜일 뿐이다. 하지만 그는 타인의 규정이 자신을 옭아매길 잠자코 기다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새로이 다져 나간다. 곰과의 조우에서 살아남아 곰의 표식이 남은 인간과 곰의 중간적 존재로.

개인적으로 거대한 변화를 앞에 두고 있는 나에게는 마르탱이 조우한 곰의 습격이 삶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비유로 느껴졌다. 곧 몰아닥칠 해일에 휩쓸리다 보면 다른 세상이 내 몸에 콕콕 박히겠구나 싶어서. 중간 또는 경계란 불안정한 것. 그럼에도 자신에게 일어난 거대한 사건의 규정을 타인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저자의 결연한 의지가 큰 위로가 된다. 삶이 야수처럼 느껴질 때면 이 책을 다시 집어 들겠다.

* 비채 서평단으로 받은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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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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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봄 걷잡을 수 없는 불확실함 속에서 취약한 생명체 셋이 만나 불확실한 동거를 시작한다. 금강앵무, 젊은 남자, 노년의 작가. 의식의 흐름과 인(동)물들의 대화를 따르다 보니 어느새 함께 수다를 떠는 기분이다. 그 수다가 왠지 모르게 또 다른 불확실함의 시기에 위안이 되더라.

그러니까 이런 거다. “그런데 시그리드, 어쩌죠. 그 불확실성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더 기세등등해지고 있는데. 2024년 11월에 또 뽑혔잖아요. 그리고 12월, 말이 돼요? 아직까지 사람들이 치를 떨면서 피곤한 얼굴로 뉴스만 보고 있잖아요.” 이런 수다가 간절해지면서 뜬금없이 위로가 되는 것.

전작 [어떻게 지내요]에서 시그리드는 말했다. “어떻게 지내요?”라는 물음을 프랑스어로 하면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라는 뜻으로 다가온다고. [그해 봄의 불확실성]은 그 물음의 한 구현으로 느껴진다. 고통의 수다에 함께하자고 기꺼이 손을 내미는 것. 뭐 그런다고 이 세상은 눈곱만큼도 바뀌지 않겠지만 그래도 잔잔한 안부 정도는 되지 않겠냐고.


* 열린책들 서평단으로 받은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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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입니다 - 안희정 성폭력 고발 554일간의 기록
김지은 지음 / 봄알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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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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