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리랑 세트 - 전12권 (반양장)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일제 치하에서 36년을 보낸 우리 민족의 이야기..랄까요. 이 땅의 누구도 벗어나지 못했던 시대. 반만년 역사 동안 전례가 없었던 참혹한 시대. 하지만 그 강렬한 빛에 맞서 더 없이 진한 그림자로 저항했던 이들이 존재하던 시대. 그러나, 잊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시대...그런 시대의 한 민족의 삶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없는 기이한 책이죠. 이 책에서 주인공을 찾아내려고 한다면 당황할 겁니다. 어느 시간 많은 이가 세어보았는지는 모르지만 약 삼 백여명이(이름이 전부 다릅니다) 등장한다고 하니까요..말 그대로 한 민족의 이야기, 그 민족 전체가 주인공인 글입니다.
이 글을 처음 접했던 때는 중학교 2학년.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주인공이 없으면서도 있던 책은 처음이었거든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그의 인생에서 주인공이다...라는 말을 이렇게 잘 표현한 글은 처음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요. 절대...잊어서는 안 되는 시대가 12권의 분량에 간추려져 있습니다.
최악의 조건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잊지 않았던, 더러는 잊었던...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 의당 소설에서라면 대부분 느껴졌던 작위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 사람내음을 내는 이야기. 실제 인물들이 아닐까, 하는 감탄의 의문을 들게 하는 이야기.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에 눈물 흘리게 하는 이야기.
한국인이라면, 그 흘러갔지만 멈춰선 시대를 겪어낸 사람들의 피가 흐르는 이라면, 반드시...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