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사람 - 허윤선 인터뷰집
허윤선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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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사람>-허윤선, 민음사

민음사 문학 잡지 릿터에서 그간 인터뷰 해 온 분들의 모음집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여러 아티스트분들이 많이 소개됐고, 관심이 있었던 분들, 내가 잘 몰랐던 분들, 작품을 통해 만나봤던 분들이 꽤 소개돼서 좋았다.

어떤 분은 미시마 유키오-<봄눈> 이 책도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굉장히 놀랐다. 이 책 굉장히 마이너한 책인데. 일본문학 중에서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무라카미 하루키 좋아한다는 분들은 많아도, 미시마 유키오 좋아하는 분들은 굉장히 드문데.

인터뷰어 분이 굉장히 뛰어나신 분이라는 건 알겠다. 프롤로그에 소개됐던 대로, 이 분이 아니면 인터뷰가 안 된다는 섭외 요청이 왜 들어왔는지도 이해가 간다. 인터뷰이들이 읽었던 책들을 대부분 읽어 보셨고, 그 분들이 참여한 작품들을 거의 다 감상하셨다. 굉장히 놀랍다. 작품 감상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으셔서 경이롭다.

인터뷰 방식은 이렇다. 인터뷰이들의 참여 작품들 얘기, 혹은 활동했던 이력 얘기, 그러다가 책과도 연결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군데군데 볼 수 있었던 대목은 "어렸을 때는 책을 별로 안 좋아하거나, 거의 안 읽었는데, 나이가 꽤 되고 책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혹은 "결혼하고 책을 많이 읽게 됐어요." 라는 말. 그 말에 뭔가 나도 모르게 힘이 됐던 것 같다.

언론사 토요일 책 추천 코너에서 감명 깊게 읽게 돼서 도서관에서 신청해서 읽어 보았는데, 이 책은 나중에 꼭 구입해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책 디자인도 참 예쁘다. 민음사는 역시 책 디자인이 정말 속된 말로 맛깔난다.

인터뷰이들의 소소하고 진솔한 답변이 좋았다. 내가 읽는 책들은 보통 동시대적이지 않고 고전적인데, '요즘 다른 분들은 어떤 책들을 읽고 있을까'에 대한 나의 물음에 좋은 참고와 답이 됐다.

인터뷰이분들 개개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 드라마, 예능을 잘 보지 않지만, 남들의 이야기, 삶은 좋아해서 읽어 보게 됐고, 후회하지 않는 독서였다.

이 분들 중에서 배우분들이 많으시다 보니, 아무래도 희곡에 대한 얘기도 꽤 나왔는데, 고전 작가 셰익스피어나 체호프 얘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굉장히 고평가하셔서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많이 어렸을 때는 책을 별로 읽지 않았지만, 집에 세계문학전집이 굉장히 많았어서 방에서 혼자 할 것 없을 때 이런 저런 책들을 보긴 했는데, 그 때 셰익스피어 4대비극과 5대희곡은 다 봤던 것 같다. 조만간 셰익스피어와 체호프도 다시 읽어 봐야겠다. 인터뷰이들이 들려진 셰익스피어, 체호프 감상은 많이 공감되기도 했고,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싶어서 굉장히 새로웠던 기억이 있다.

배우분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공통된 인터뷰 답변. "아무래도 소설이나 희곡을 보면서 내가 직접 연기를 한다는 생각으로 보게 돼요. '내가 이 배역을 맡았다면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까?' 이렇게요(웃음). 직업병이죠." 굉장히 진솔하고 나로선 쉽게 경험하지 못할 이야기라서 재밌게 봤다.

이 소설이나 희곡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씀하신 열정있는 인터뷰이들의 답변도 인상적이었다.

몇몇 인터뷰이분들은 대형서점에 자주 가지만, 아무도 못 알아본다고 말씀하셨을 때 엄청 웃었던 기억이 있다. 다들 책 보는데 혈안이지, 서점을 사람들 보려고 가는 분들은 드무니까 그러려니 했다.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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