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세기 저녁과 작은 전환점들 쏜살 문고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20세기 저녁과 작은 전환점들>-가즈오 이시구로

일본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에 영국으로 건너가 쭉 영국에서 살고 있는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에 대해서, 나는 작년부터 관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그저 이름을 아는 정도였지만, 올해에는 최근에 초기작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를 읽고 나서 굉장한 여운과 감동, 전율을 느끼게 되었다.

다른 여러 장편소설과 하나의 단편소설도 감상하려고 어느 정도 마음 속에 여지는 남겨 두고 있지만, 요즈음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솔직히 작가와 작품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가 많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

그런 시점에 나의 눈에 번뜩이는 책이 내 서재에서 우연히 보였으니, 바로 민음사 쏜살문고로 출간된 가즈오 이시구로의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집이다.

연설집답게 책은 굉장히 짧지만, 짧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보와 내용이 응축돼 있었고, 작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 시상식에 참석해준 청중들과 그를 비롯해 자신의 책을 읽어주는 독자들에게 반드시 전하고 싶어하는 메세지들이 여럿 어렴풋이 보인 것 같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사람의 삶에서 ‘전환점’ 이라는 것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것 같았는데, 포착하지 않으면 그냥 스쳐가 버리는 그런 사소하고 은밀한 순간들 말이다.

나는 이와 비슷한 키워드가 <괴테와의 대화>-요한 페터 에커만(민음사)을 보고 떠올랐는데,

거기서 이미 거장이 돼있는 연로한 괴테가 젊은 지성 에커만에게 전해준 진솔하고 너무나도 소중한 대사-“생각한다는 일이 이렇게 어렵지만 않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하지만 불행하게도 모든 생각은 생각 그 자체에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아. 다만 천성적으로 정직하다는 것이 중요하네. 그래야만 훌륭한 착상들이 마치 신의 아들들이라도 되난 것처럼 언제나 우리들 앞에 나타나서, ‘우리 여기 있네!’하고 소리쳐 부를 걸세.”, ”떠오르는 소중한 순간과 생각들을 두 손으로 꽉 잡아두고 놓아주지 말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들은 두 손가락 사이로 허무하게 빠져나가 버리고 말 걸세.“(두 번째 문장은 따로 적어두지 않았기에 기억에 어느 정도 의존했음을 밝힘. 1권 p.1~p.240 사이의 초반부였음.)-였다.

나는 소중했던 기억과 순간들을 오랫동안 떠올리고 싶을 때를 대비해서 나만의 도구를 하나 사용하는데, 그것은 즐거웠고 행복했던 상황과 기억들을 글로 적어두고 때때로 읽어 보는 것이다. 그 도구의 효과는 다시금 내가 지금 있는 순간의 현재에서, 마법처럼 잠시나마 그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 ’전환점’이라는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키워드는 나에게도 굉장한 울림을 준다.

그것 외에도 현대 21세기의 구조적으로 격동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잠시 언급을 했는데, 크리스퍼, 통칭 유전자 가위 기술-이것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제니퍼 다우드나-<크리스퍼가 온다>와 그녀에 대해 쓰여진 뛰어난 전기 서적 월터 아이작슨-<코드 브레이커>를 참고하시는 게 좋겠다.-,인공지능, 로봇공학의 발전이 가져올 현대 사람들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작가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수상 연설을 마무리 하면서, 작가는 문학계가 취해야 할 자세와 행동도 언급하고 있는데,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1. 엘리트주의에 심취하지 말 것.
제1세계 문학 말고도 제2,3세계 문학에도 당연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충분히 좋은 문학이 많을텐데 그들은 마땅히 받이야 할 관심을 주류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다.

2. 젊은 작가 세대에 대해 어느 정도 너그럽게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그들이 훌륭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동원하는 장르와 형식은 이전 세대인 우리가 다루었던 것들과 상이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언제나 그들에게 마음을 열어둬야만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그들을 최고로 키울 수 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짧은 책이었지만, 나에게 어느 정도 큰 영향을 준 책인 것 같다. 이런 책을 즉각 읽을 수 있게 돼, 민음사 출판사와, 가즈오 이시구로 전문 번역가 김남주 선생님께 감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