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릿 애트우드의 책은 예전에 ‘눈먼 암살자’라는 소설을 잠깐 시도해 본 적이 있다. 그리 쉽게 읽히지는 않아서 중간에 반납했었다. 그런데 북투버들의 추천에 자꾸 이 책이 언급되고 새빨간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기시감이 들었다. 왜 낯익지? 나 언제 이 책 읽어본 적이 있던가? 계속 책 내용이 머릿속에 이미지화되어 떠올랐다. 미국에 있을 때 ‘훌루’에서 나온 드라마를 잠깐 봤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 드라마의 우울한 분위기가 별로여서 잠깐 보고 말았던 것 같다.
이 소설이 완성된 게 1985년이라고 한다. 뒤에 해설을 보니 작가는 이란 여성들의 삶을 모티브로 삼아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담담한 사건 및 심리의 묘사가 처음에는 너무 건조한 듯했으나 읽을수록 그 매력이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마치 현미를 씹어 먹을 때 처음에는 그 까끌함과 무미건조한 맛이 씹을수록 고소한 맛으로 바뀌어 가는 것과 같았다.
소설에서 그려지는 ‘길리어드’라는 사회는 여자에게는 물론 남자에게도 끔찍한 곳이다. 극단적인 종교주의적 독재국가이다. 이란과 북한과 중국등 모든 전체주의국가가 혼재되어있는 듯하다. 아니, 조선 시대도 생각났다. 조선의 ‘씨받이’라는 것이 읽는 내내 생각이 나기도 했다.
이 책의 후속편이라고 하는 ‘증언들’이라는 책도 빌려놨다. 15년 후의 이야기라는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분량이 꽤 되는 책이라 선뜻 시작은 못 하고 있다.
환경오염과 전쟁, 그로 인한 출생률의 급속한 저하로 인해 생식능력이 있는 여성들을 모아 권력은 있으나 자식이 없는 남자들에게 할당하여 아이를 낳게 하고 다시 다른 남자한테로 배당하는 시대의 이야기를 보면서 계속 현재 출산율의 저하가 사회적 이슈로 회자되고 있는 한국을 떠올리게도 되었다. 너무 극단적인 설정이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출산이 기피된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모를 일이다.
아무튼, 꽤 기발하고 시사적이며 재미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