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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류민해 지음, 임익종 그림 / 한권의책 / 2013년 7월
평점 :
아가씨였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
발랄했는지 어쨌는지는 벌써 기억이 안나지만
2년 전만 해도 나역시 미래를 고민하는 아가씨였더랬다.
그리고 지금은 미래보다는 당장 내일일을 고민하는, 주부생활 2년차에 육아 117일차 초보맘이다.
아이를 낳기 전만 해도 아이 낳고도 꼬박꼬박 책을 읽으리라 다짐했었는데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책 한 줄 읽을 시간을 내기가 정말 힘들다는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일으켰다고나 할까?
사실 나 정도면 아직 주부생활과 엄마 생활에 회의를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 내 앞에 어떠한 미래가 펼쳐질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게 만드는 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아가씨 시절을 그리워 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부분을 공감 하며 읽었다.
100프로 공감 할 수 있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끔은 몇 번씩 읽고 또 읽으며 곱씹게 만드는 글들도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정말 한순간 한순간이 정신없고 바쁜 요즈음이지만
아이를 재워놓고 졸린 눈을 부비며 잠깐씩이나마 책을 읽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아가씨였을 땐 미처 느끼지 못했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에 대한 행복감을
아주 깊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책의 작가가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자기 자신을 찾고 행복을 느끼듯이.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다보면 지금의 마음은 금방 잊혀질 지 모르지만
그때마다 한 번씩 이 책을 다시 들여다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발랄했던 아가씨 시절이 그립진 않지만
나의 미래가 살림과 육아에 찌든 아줌마가 아닌
지금처럼 잠깐의 시간이라도 내서 책도 읽고 생각도 할 수 있는
그런 아줌마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전적으로 나에게 의지하는 존재를 키우는 일인데,
설상가상으로 아이는 내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이는 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에게서 큰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나는 무수히 많은 선택사항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고 징징대면서 짜증 내기도 한다.
'아이를 위해'라고 말하며.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전적으로 '아이를 위해'라는 일은 없다.
다 나를 위해서다.
빨간 볼을 하고 코코아를 마시는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그런 기쁨을 주는 것만으로도 사무치게 고마워서,
아이들이 세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완전한 행복을 느낀다.
그러니 버린 것은 돌아보지 말고,
취한 것은 아껴 쓰자.
아이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자.
다만 사랑만은 아끼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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