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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의 시간 - 제2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평점 :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불펜의 시간이라는 제목을 곱씹어 보았다. 불펜은 구원투수가 몸을 푸는 장소다. 선발 투수가 아닌 중간계투와 마무리를 맡은 투수들이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는 장소다. 불펜의 시간에 나오는 세 사람 혁오, 기현, 준삼은 한 때 본인들이 큰 세상의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불펜의 시간이 필요없는 선발 투수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선발의 자리에서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내려오게 된다. 각자의 불펜의 시간을 겪게 되는 것이다.
책의 초반에는 세 사람의 삶이 참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단순히 그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는 면이 있다. 그들의 삶의 어려움이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고 세상의 부조리와 권력의 부당함 때문에 동반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자의 불펜의 시간은 다르지만, 그 안에서 작고 단단한 야구공같은 점들이 있다. 어쩌면 세 사람은 세상의 주류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어쩌면 세상이 말하는 가치관에 적당히 타협 했으면 그들의 삶이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그들의 삶은 실패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삶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나설 차례를 기다리기위해 불펜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켜야할 것은 내 안의 작고 단단한 야구공일 것이다. 내가 타협할 수 없는 지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나의 불펜의 시간을 견뎌야할지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살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는 놓쳐보기로 했다. 비열해질 기회까지 잡을 필요는 없다고, 놓쳐도 되는 기회도 있다고 일부러 볼넷을 던지는 사람이 알려주었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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