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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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내가 생각했던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내게 치명적인 상처를 줬다면 마음이 많이 힘들 것이다.

배신감에 치를 떨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아무런 의심을 하지 못한 나를 원망과 자책하며 뼈아픈 실수에 대해 죄책감이 몰려올 것 같다.

심지어 내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나를 비난하고 손가락질을 한다면 그 칠흑 같은 시간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우리가 지켜줄게. 혼자서는 못하지만 우리가 되어, 너를 지켜 줄게.

꼬리와 파도 P.257


『꼬리와 파도』는 2022년 창비교육 성장소설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최근 사회면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며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가정 및 학교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잘 찾아왔어. 제대로 찾아왔어."

꼬리와 파도 p.14

체육교사인 무경에게 두 명의 여학생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선이는 온라인 수업 중 소리가 들리지 않아 소리를 켜달라는 손동작을 하는 중 오해가 발생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같은 반 남자아이들에 조리돌림 당하듯 언어폭력에 시달린다.


담당교사와 담임에게 수업 시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사과받고 너그럽게 넘어가자는 대답이었다.

가해학생들의 영혼 없는 형식적인 사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그 뒤에 또 다른 폭력들이 이어진다.

"잃어버려라. 여자애가 그런 일로 구설에 오르면 못 쓴다."

꼬리와 파도 p.63


선이와 미선은 도움을 구하기 위해 무경을 찾아가고 아이들의 눈빛에서 자신이 겪은 지난날을 떠올린다.

무경은 장래가 촉망되는 중학교 축구 선수로 같이 운동을 하는 단짝 친구 지선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선이 축구부 코치로부터 당한 성폭력 사건으로 자퇴를 한 후 무경도 축구의 꿈은 접게 된다.

지선은 과거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주었던 코치를 신뢰했다.

그런 신뢰관계가 성폭력에 이용당했다는 사실이 지선을 더욱 낙담하게 만들었다.

무경은 지선의 아픔과 억울함을 세상에 호소하지만 색안경을 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과 수많은 억측들 그리고 얼렁 뚱한 덮고 가려는 어른들의 모습에 마음이 더욱 움츠려든다. 또한 지선에게 연이어 가해지는 2차 폭력은 학교를 다닐 수조차 없게 만들 뿐 아니라 삶에 대한 의지마저 꺾는다.

결국 축구 선수의 꿈을 접고 다른 도시의 고등학교에 전학을 가게 된 무경은 그곳에서 각기 다른 상처를 가지고 있는 예찬, 서연, 현정을 만난다. 무경과 친구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상처를 서로에게 보이고 공감해 주며 지지해 주는 사이가 된다.

이들은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 낼 방법으로 자신들이 당한 피해 사실을 유등축제의 유등에 리본을 매달아 세상에 알리게 된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와 고위공직자 자녀의 과거 사건으로 학폭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학폭이 가해자들로서는 철없던 시절 행했다고는 하지만 피해자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어 남게 된다.

세상은 다양한 폭력을 적당히 눈감아주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길 강요한다.

심지어 피해자에게 빌미를 제공했다는 프레임을 씌여 엉뚱하게도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꼬리와 파도』에는 피해자의 상처를 더 깊게 만드는 비겁하고 형편없는 어른들의 모습도 나오지만 그들이 당한 불의에 마음 아파하는 어른들도 있었다.

인생이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 단 한 명이라도 내 편이 되어 준다면 그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고민이 있을 때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어른

내 아픔을 들여다보고 따스한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존재

그런 존재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살만하고 아름답게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학폭이라는 굴레를 끊어낼 방법으로 이들이 선택한 것은 '연대'였다.

무경과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이 만들어낸 작은 연등의 꼬리들이 학교를 넘어 공동체에 퍼지고 여론이 형성되면서 세상을 변화시킬 파도가 되어 간다.


개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함께하는 용기는 다수의 침묵했던 피해자들에게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희망의 물꼬가 되었던 것이다.


상처를 치유하고 내면의 성장을 이끌어 주는 책, 그 변화의 시작은 용기와 연대였음을 밝히는 『꼬리와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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