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지쳐가던 사회생활로 무기력해진 제비는 우연히 보게 된 아름다운 제주도 사진에 흠뻑 매료되었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기 위해 제주도 한 달 살이를 도전하고 살고 있던 서울 집과 직장까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가게 된다.
여행의 마지막 날 제주도에서 한 달간의 추억을 음미하며 바다를 바라보던 중 예기치 못한 사고로 휴대폰이 고장 나면서 핸드폰 안에 저장된 신용카드, 비행기 티켓은 무용지물이 된다. 제비는 고작 현금 7,000원만 있다는 사실에 꿈같았던 지난 한 달간의 환상이 깨짐과 동시에 자신 앞에 놓인 현실을 고민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제비가 다다른 곳은 대왕물꾸럭 마을의 벼랑 끝에 위치한 하얀색 2층 건물이었는데 카페인 줄 알고 들어간 그곳은 사진관이었다.
'하쿠다 사진관'
하쿠다는 제주 방언으로 '하겠다. 할 것입니다'라는 뜻으로 어떤 사진이든 열심히 찍겠다는 사진관 주인 석영의 사진에 대한 애정과 각오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울고 있는 아기 사진을 찍기 위해 쩔쩔매던 석영을 제비가 도와주게 되고 이것을 계기로 하쿠다 사진관의 직원으로 일하게 된다. 파리만 폴폴 날리는 하쿠다 사진관을 살리기 위해 SNS에 멋들어진 사진들과 석영의 수상내역을 홍보하는가 하면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사진관은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다.
오토바이 라이딩족인 여고 동창생들, 불안한 미래를 잠시 내려놓고 다이빙을 즐기는 20대 청년들, 삶에 회환으로 가득 찬 70대 노 형사, 지질학자의 길을 가게 된 대학원생 이야기, 무안구증으로 태어난 혜용이와 가족들 등등 삶의 다양한 모습만큼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하쿠다 사진관을 방문한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면서 각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때로는 눈물과 웃음이 있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하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중에서 무안구증으로 태어난 혜용이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가장 많이 남았다. 장애를 안고 태어났지만 밝고 쾌활한 영재 소녀 혜용은 때로는 자신이 볼 수 없다는 현실이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혜용이가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전해져 마음이 아련해졌고 희재라는 제주 소년과 서로에 대한 편견을 깨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져있어 아이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초반부 이해되지 않았던 제비의 행동은 지나온 삶의 그림자를 알게 되니 그녀의 선택이 이해되었고 석영이 사진작가로 살아가게 된 사연도 아픔으로 다가왔다.
소설은 사진관에 찾아오는 손님들과의 일화가 담긴 여섯 개의 에피소드 외에 타지에서 살던 석영이 주민들의 텃새로 겪게 되는 이야기와 제주에 정착하기 위한 고군분투하는 모습들 그리고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제비가 물꾸럭 맞이 축제에서 역할을 감당하며 한 단계 도약하는 모습은 즐거움과 기쁨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