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해 봐요 - 판사 김동현 에세이
김동현 지음 / 콘택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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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하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빼곡하게 쌓인 서류 더미 대신

사건 기록을 한 장씩 넘기는 대신

이어폰 양쪽을 귀에 꽂습니다.

제게는 노트북이 철제 캐비닛이고

이어폰 두 짝이 자료를 읽는 눈입니다.

어둠이라는 조금 특별한 상황에서

오늘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뭐든 해 봐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상실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지 못하게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무언가의 상실로 인해 갑자기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맞이한다면 과연 어떤 심경일까?

지금 당장의 고통에 함몰되어 그전의 나로 돌아갈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이런저런 생각들이 교차되었다.

이 책은 목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이

되기에 목차들을 쭉 적어본다.

1부. 인생이 끝이라고 느껴질 때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다

육신의 눈은 뜨지 못했지만 마음의 눈을 뜨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기꺼이 받을 수 있다며

소소한 성취감이 쌓여 괜찮은 삶을 만든다

2부. 작은 것들을 다시 시작할 때

마라톤을 하면서 느낀 것들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국가대표가 되었습니다

눈 뜬 자들의 도시에서 눈먼 자로 살아가기

어느 덕후의 고백

다행이다

3부. 하고 싶은 일을 간절히 한다면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할 때 결과는 달라진다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공부하는 법

책이 다 뭐라고

눈꺼풀이 제일 무겁다

공부도 소화불량에 걸린다

숲에서 길 찾기

반복 또 반복

공부는 리듬이다

인생에서 친구가 필요한 이유

뒤처질까 봐 실패할까 봐 두렵다면

4부. 판사가 되어 간다는 것이란

우당탕탕 첫걸음

공익 변호사의 길

내가 생각하는 포용 사호의 출발점

감정 노동자의 애환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판사가 되기까지

사람이 목숨 값을 정할 수 있을까?

AI와 판사

판사의 길

                                 

                            

이 책의 저자 김동현 판사는 맹인 판사이다.

로스쿨 1학년 때 간단한 시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갔는데 주사액이 혈관으로 들어가

역류하면서 눈으로 가는 동맥을 막았고

혈액이 공급이 되지 않아 시신경이 전부 손상되어

시각 장애인이 되었다.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20대의 나이 어느날 갑자기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실을 직면한 순간 누구나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일어난 현실을 부정하게 된다.

김동현 판사도 처음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 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그 뒤 어머니와 함께 절에서 한 달간

3천배 기도를 드리게 되고 그곳에서 사고 이후

처음으로 울음을 터트리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심봉사가 공양미 삼백 석에 눈을 떴듯이

부처님의 가호를 받아 눈을 뜨고 싶은 심정으로

시작한 3천배 였지만 그곳에서 자신의 현실을

수용하게 되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육신의 눈을 뜨지 못했지만

이제 마음의 눈을 뜬 거야."

뭐든 해 봐요 p.47

이 책은 장애를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변화된 삶에 적응하며

묵묵히 살아온 이야기들을 담담히 풀어놓은 책이다.

지금의 김동현 판사가 있기까지는 자신의

피나는 노력도 있었지만 그를 도와주고 보살피는

많은 손길들이 있었다.

그런 도움을 베풀어 줄 수 있는 마음도 귀했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거리낌 없이 요청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기꺼이 도움을 받아들이는

김동현 판사의 수용적인 자세도 인상 깊었다.

하지만 모든 일을 사람의 선의에 기댈 수 없기에

김동현 판사는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의 개선과

제도 변화의 필요성도 어필한다.

또 저자가 장애인 인권센터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장애인들의 현실을 직접 바라보고 겪은 일들을

마주했을 땐 이 땅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척박한 현실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의 삶은 상실의 연속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부정적인 감정과 작별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때

다시 그리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인생의 풍랑 속에 때론 포기하고 싶을 때

우리에게 희망의 열쇠를 찾을 수 있는

용기를 전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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