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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2월
평점 :
이소룡을 흠모하다 못해 그를 닮은 삶을 살고자 했던 환상속에 살던 삼촌은 그 스스로의 환상에 매여 혹독한 현실에서 숱한 수난을 격는다.
읽는 동안 너무도 안풀리기만 한 삼촌의 삶이 작가의 표현대로 신산스럽다.
그런 중에도 삼청교육대에서 죽음의 엑스표시가 된 티를 바꿔입고 죽어가는 기자를 위해 대시 묻매를 맞는 장면이라든가 첫눈에 반한 영화배우 원정에 대해 회식자리에서 쓸잘데기 없는 소리를 하거나 무시하며 그녀에게 손찌검을 했던 사람들만 보면 본능적으로-마치 뇌가 없는 사람처럼- 상대방의 가슴팍에 이단 옆차기를 박아 넣는 장면 등등은 우리의 삼촌이 그져 시시껄렁하지만은 안아 보이기도 했다.
가장 흥미진진하게 눈 앞에 그려지면서 읽었던 장면은
원정을 끔찍히 도륙했던 영화사 대표 유사장 아들과 그 친구에게 복수하는 장면이다.
원정을 도륙했던 장면을 16밀리 필림에 고대로 담았던 못된 놈들을 찾아 복수를 꿈꾸면서 부터는 어리버리 현실과 환상을 구분 못하는 순수 만년 청년 순진한 삼촌이 아니다. 정말 복수의 칼날을 가는 이소룡이 환생한 것 같다.
드디어, 복수의 그날 이소룡처럼 치파오를 걸쳐입고 이소룡의 전신의 돌아온듯 영화의 한 장면 장면을 떠 올리면 멋진 복수극(?)을 펼친다.
하지만, 늘 꼬이고 엉키는 그의 인생처럼 막판에 말도 안되는 벌거벗은 여자의 등장으로 역전이 뒤바뀌어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도망다니다 역시 첫사랑 원정을 만나겠다는 일념하나로 감방에 걸어들어가게 된다. 정말 너무나 순수해서 바보 같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7년의 감방 기다림 속에 결국 원정을 다시 만나고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1,2 편을 읽는 동안 가장 평이하고 가장 달달하게 진행된다.
마치 20부작 드라마가 막판 1,2회를 남기고 모든 원인의 불씨들을 급 화해 분위기로 마무리하듯, 하긴 7년의 감옥생활이 급 마무리 하는 기간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마지막 장면,
15년 형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감방생활을 하던중 자신의 누명이 벗겨져 수감 8년만에 감옥에서 나오는 날,
연극의 휘날레처럼, 혹은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 결혼식이나 무슨 잔치 같은 동기를 만들어 모든 등장인물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듯. 그것으로 모든 이야기의 마지막에 그동안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자막이라도 뜰것같은 장면으로, 그러면서 정말 감동적인 원정과 삼촌과의 눈물나도록 애틋한 조우 장면.. 이렇게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이야기는 끝이난다.
이야기의 마지막이 그나마 삼촌이 그 복잡다난한 삶을 살면서도 오매불망 원정과의 조우로 끝나서 나름 해피엔딩의 달달함을 느낄수 있어 훈훈했다.
그 뒤에 적힌 작가의 말 처럼 소설이 이러면 되지 않을까?
이정도면 정말 너무너무 훌륭한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
작가의 말처럼 난 소설을 통해 나만 외롭거나 나만 힘들거나 나만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다시 소설책을 읽을 것 같다.
영화에 관련된 소설을 다시 안 쓴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작가의 얘기가 좀 서운하기도 하지만 다시 멋진 소설로 돌아올 작가님의 소설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