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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의 기술 -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즐기며 공부하기
가토 히데토시 지음, 한혜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본 영화 한 편이 생각난다. 1993년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로렌조 오일]이란 영화다. 이들에게는 5살 난 아들이 원인도 치료법도 모르는 ALD라는 진단을 받고 곧 죽게 된다는 것이다. 오돈부부는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헌신적인 사랑으로 도서관에서 독학으로 연구하고 고생한 끝에 ALD의 치료제인 [로렌조 오일]이 탄생하게 된 것이 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다. 저자는 제인구달의 침팬지연구를 통해 독학에 대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듯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영화 한편으로 의미를 부여해 본다. 그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지독하게 공부하는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사실 제목에 ‘기술’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어서 실용적인 자기계발서로 기대했는데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룬 교양서적에 가깝다. 진정한 공부가 실종된 오늘날의 교육현실에 따끔하게 지적하는 글의 내용들이 정말 이 책이 1975년도에 출간된 책인지 아리송했다. 36년이면 세상이 엄청나게 변화되었을 것인데, 이 책이 오늘날의 교육현실에 아직도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으로 심각하게 다가온다는 것은 교육시스템은 변함이 없거나 퇴보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획일적인 학교교육 시스템 안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교육은 어떤 것인지 탐구한다.
한편으로는 그렇다고 실용적인 자기계발서와 무관한 교양서적은 아니다. 스스로 공부하고, 포기하지 않고, 즐겁게 공부하는 마음가짐 외에도 독학하기 위해서는 의욕과 열성, 모르는 것을 아는척하지 않기, 창조적 생각, 문제를 만들어내기와 호기심, 독서의 요령 등 독학과 관련하여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가운데 독서와 관련된 저자의 생각은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의미있게 다가온다. ‘모든 독서는 저자의 경험을 수용하는 행위이다. 저자의 심리적 경험, 혹은 신체적 경험을 우리는 활자라는 수단을 통해 자기 내면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독서란 타인의 경험을 정정당당히 훔치는 행위이다. 독서가란 경험도둑이다. 그리고 사람은 타인의 경험을 탐욕스레 훔침으로 성장한다.’(p.56-57) 이 책의 말미, 타케우치 요의 해설 부분에서 이 부분이 명문구로 인용되기도 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비슷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오늘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도서관에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사람 뿐 아니라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숨죽이면서 공부하는 것을 볼 때 이 사회는 끊임없이 배움을 요청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부를 즐겁게,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해야 하는 이유를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 책 중간에 추천해 주는 책과 말미에 인문학강좌 사이트는 스스로 공부하기 위한 좋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