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 주의 영광을 보네 - 벼랑 끝에서 산 소망을 찾은 산소망선교회 이야기
김재홍 지음 / 두란노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이 책을 받았을 때 겉표지가 詩集처럼 예쁘다 라고 생각했다.
겉표지 뿐만 아니라 본문 내용도 詩처럼 구조화 되어 있어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의도적이었는지 모르지만 김재홍 목사님 내외분의 삶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피어난 꽃과 같았고, 한편의 詩와 같은 잔잔한 고백이
향기처럼 묻어나온다.

서른 이라는 나이,
이제 막 가정을 이루고 경제전문인이 되겠다는 저자에게
베체트 병으로 영영 실명하게 될 뿐 아니라 신경통처럼 온몸에 통증이 있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현실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도 또한 고통과 아픔을 겪게 된다.
매 챕터 끝날때 마다 나오는 '또 다른 시선'은
아내의 눈으로 본 관점으로 그 가족의 아픔을 보여준다.
'어쩌면 남편이 완전히 실명했다는 사실보다도
주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셨다는 사실에
더 큰 상처를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우리 남편은,
우리 아가는, 우리 세 가족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p.49)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작은 교회여야 함을 깨달으면서 장애는 가족 해체의 원인이 아닌
가족을 단단하게 결속되어질 때
어떤 어려움도 고난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른 하나,
1982년 4월 영원한 어둠이 찾아왔을 때
'나는 실패했다. 내 인생은 끝났다.'(p.22)
결국 이렇게 비참하게 사느니
생명을 포기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던 저자에게
훗날 하나님께서 이렇게 응답해 주신다.
"재홍아, 내가 너를 사랑한다.
네가 장애인이라고 사람들이 너를 실패자로 취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늘나라에서는 실패자가 아니란다.
안개처럼 잠시 있다가 없어지는 이 세상에 미련 두지 말고
영원한 하늘나라를 위해 열심히 살아라.
나를 위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단다.
다시 한번 시작해 보지 않겠니?"(p.53)

때로 일이 풀리지 않거나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하늘에 있는 소망을 보면 힘을 얻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나님이 포기하지 않으신다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후 목사님은 장로회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합선교회 녹음도서실을 빌려 산소망선교회를 시작하면서
자신과 같이 중도에 실명을 하게 된 사람에게 용기와 복음을 전할 때
한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멈출수 없는 사랑을 깨달으며
감사하게 되었다.
1982년 4월에 실명한 이후 26년동안 세심하게 인도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보면서 초기의 고난과 아픔이
이렇게 아름다운 신앙의 간증으로 마무리 짓는 구나 하는
따뜻한 마음에 책을 덮고도 한동안 여운이 떠나질 않았다.

한편으로는 중반부에 이르러 가슴 아픈 사연을 보게 된다.
목사님과 비슷한 시기였던 32살, 똑같은 베체트 병으로 실명한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아내는 동네 사람의 손가락질 받기 싫어서
밖에 나가질 말라고 했다. 그리고는 18년 동안 외출하지 못했다는
그 중도실명자를 18년 만에 찾아온 김재홍목사님은 자원봉사자에게
신발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을 쳤다.
'장애의 감옥에 갇혀 짐승처럼 살아온 세월.
나는 그 세월이 기막혀서 울었다.
방에만 있는 그의 삶이 우리 안에 갇힌 동물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을 쳤다.
18년 전에 아내가 재활을 도와주었더라면
이렇게 동물처럼 살지는 않았을 텐데...' (p.111-112)

신발을 없애버린 아내와 박미경 사모님의 장애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이렇게 목사님과 그 중도실명자의 다른 삶을 살아가는 비극을 남긴 것이다.

나 또한 장애인 사역에 대해 비전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전적 요인의 선천적 장애는 4%고,
89%는 후천적 요인으로 중도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중도 장애를 겪게 된 만큼 낙심하고 좌절하기 쉽다.
갈수록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는 각박한 세상에서
서로 돕고 의지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 책을 통해 보게 되고,
보이지 않는 소망에 대해 품게 된다.
김재홍 목사님의 귀한 고백은 나에게 또다른 도전이 되고,
모든 사람에게 용기와 격려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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