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서점
송유정 지음 / 놀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장 후회되는 순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언제인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엄마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게 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서점
송유정 지음 / 놀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가 참 예쁜 송유정 작가의 <기억서점>.

이 소설의 이야기를

노래 한 곡으로 표현하자면,

딱 이 노래 입니다.



I'm not a perfect person

난 완벽한 사람이 아니에요

There's many things I wish I didn't do

내가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 많아요

But I continue learning

하지만 난 계속 배우고 있어요(난 미숙해요)

I never meant to do those things to you

그런 일들을 당신에게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And so, I have to say before I go

그래서 떠나기 전에 할 말이 있어요

That I just want you to know

난 그저 당신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I've found a reason for me

이유를 찾았다고

To change who I used to be

예전의 내 모습을 바꿀 이유를.

A reason to start over new

새롭게 시작할 이유를

And the reason is you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당신이에요.

I'm sorry that I hurt you

상춰줘서 미안해요

It's something I must live with everyday

그건 매일 내가 지고가야할 일이죠

And all the pain I put you through

당신에게 고통을 줬던 그 모든 일들

I wish that I could take it all away

그걸 내가 가져가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And be the one who catches all your tears

그리고 당신의 눈물을 닦아줄 사람이 되고 싶어요

That's why I need you to hear

그래서 당신이 들어줬으면 하는 거예요

I've found a reason for me

이유를 찾았다는 걸.

To change who I used to be

예전의 나를 바꿀 이유.

A reason to start over new

다시 시작할 이유.

And the reason is you

그 이유는 바로 당신이에요.


<기억서점>을 읽는 동안에는 몰랐는데, 다 읽고 서평을 쓰려고 블로그 글쓰기를 여니 딱 이 노래가 생각나지 뭐에요?

정말 노래 가사가 내용과 찰떡 같이 맞아 떨어졌답니다.

노래에서 상춰줘서 미안하다고,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고 말하죠? 다시 시작하고 싶고 당신을 위로해주고 싶고 눈물을 닦아주고 싶고 예전의 내 모습을 바꾸고 싶다고 하지요. 바로 당신 때문에.


이 이야기에서 그 당신은 바로 주인공의 '엄마'입니다.


주인공 지원의 어머니는 암 투병과 후유증으로 7년이나 고생하다 고통스럽게 돌아가십니다. 지원은 그런 엄마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병원에 찾아가 상담을 하는 지원. 엄마가 돌아가신 지 7년이라고 하자 의사는 '애도기간이 너무 길다'고 말합니다. 지원의 마음은 무너집니다.


그렇게 겨울비를 추적추적 맞다가 비를 피해 뛰어든 곳이 ㄱ서점, 즉 기억서점 입니다.

기억서점의 관리인인 여자가 지원에게 묻습니다.


지금껏 살아온 삶을 후회하나요?

55p


후후, 마치 독자들에게 묻는 것 같네요.

지원은 어머니가 투병할 때 더 잘해주지 못했던 것, 엄마의 병을 미리 알아채지 못했던 것, 상처주는 말을 했던 것, 더 살갑게 지내지 못했던 것 등등, 후회하는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머니가 힘들게 돌아가신 게 다 자기탓이라며 죄책감과 후회에 사로잡혀 하루하루 망가져 가고 있는 지원. 죽지 못해 사는 지경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기억서점 관리자가 시간 여행을 제안합니다.


남아 있는 시간으로

과거의 시간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지원 씨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57p


지원의 모든 기억이 책으로 기록되어 있는 기억서점. 거기서 돌아가고 싶은 시간의 기억이 담긴 책 페이지를 찾아 책갈피를 꽂아 여자에게 건네면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기회는 단 3번. 그리고 3시간만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한 번 돌아간 시간대 이후의 시점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남아있는 수명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


지원은 못 죽어서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수명 같은 건 크게 문제가 아니었을 겁니다.

지원은 그저, 과거로 돌아간다면 엄마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리고 엄마만 살아있으면 자기 삶이 이렇게 망가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과거로 돌아갑니다.


그날은 엄마가 귀에 이상이 있어 이비인후과에 간 날입니다. 거기서 처음 병변을 발견하지요. 그러나 이후 큰 병원에서 검진을 받지 못하고 집안의 가세가 기울어 병을 돌보지 못해 암으로 발전하고 맙니다.


그래서 지원은 처음 이비인후과에 간 날로 돌아간 거지요.

살아있는 엄마를 만나 행복했던 것도 잠시. 지원은 시간여행에서 돌아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건 바로...





미래가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요....


지원이 엄마를 병원에 데려가 병변을 발견했다고 해도 엄마는 살아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가세를 기울게 한 현실적인 상황들을 지원이 바꿀 수는 없었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시간여행의 제약상, 한번 돌아간 시점 이후로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지원은 그날 이후로 돌아가 뭘 어떻게 해볼 수도 없습니다. (사실 지원이 3시간 안에 해결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지원은 좌절합니다. 희망을 가졌다가 오히려 더 큰 절망에 빠지죠.

하지만 서점 관리인의 말에 다시 한번 시간여행을 결심하게 되는데요.


엄마의 선택은 엄마의 것이에요.

그러니까 지원 씨는

본인의 선택으로

달라질 수 있는 일을 찾아요.

148p


지원은 자신이 엄마의 생사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합니다. 어느 시점을 가장 후회하는지 다시 찬찬히 기억 책을 살펴보지요.


내가 가진 죄책감의 근원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에 있었다.

최선을 다해 엄마와 시간을 보내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엄마를 위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169p


지원은 자기 삶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가 자신을 필요로 했던 시간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그렇게 두 번째 시간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 엄마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된 지원. 그녀의 기억 책도 새로 쓰입니다.


엄마는 뭐가 되고 싶었어?

엄마는 뭘 좋아했어?

엄마는 무엇을 하고 싶었어?

엄마의 진짜 꿈은 뭐였어?

엄마도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인데

그런 엄마에게 나는,

오늘 하루 뭐 하고 지냈냐는

그 흔한 물음 한번 건넨 적이 없다.

208p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하면 오늘 하루 뭐했느냐고 물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그런 사소한 질문이 의외로 소중한 질문일 수도 있었는데, 하고 조금 씁쓸해지기도 했네요.


엄마가 나한테 바라는 건 대단한 거니까. 어떤 성공이나 어떤 성취이니까. 내가 엄마에게 배려해야 할 것은 어떤 고통이나 고생이니까. 그래서 일상의 사소한 질문과 안부는 자꾸 미루거나 잊는 게 아닌가 싶네요.

언제부터일까요. 부모님이 사랑할 사람이 아니라 기대받고 실망시키지 말아야 할 대상이 된 것은.


제 이야기야 어쨌든....지원은 생각합니다.


알고 싶다.

엄마를 이해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 엄마에게

미안한 감정보다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더는 엄마를 떠올리며 괴로워하고 싶지 않다.

217p


지원은 3번 째 여행을 감행합니다. 어느 시점으로 돌아갈까요? 엄마가 자신을 낳고 기뻐하는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영화 <나비효과>가 생각났습니다. 전혀 관련없는 결말입니다만^^;)


좋은 감정과 기억을 안고 돌아온 지원은 자신의 과거를 뉘우칩니다.

얼마나 절박했는지,

얼마나 여유가 없었는지,

얼마나 한 치 앞을 못 봤는지,

내 속이 얼마큼 많은 분노와 원망으로

쉽게 부술 수 없는 벽을 쌓고 있었는지.

242p


기억서점을 통한 여정 끝에 지원은 살아갈 의지를 얻습니다. 엄마의 이 말들 때문이었죠.

지금 엄마의 꿈은 지원이, 너니까.

191p


너를 위해 살아.

너를 위한 삶을 살아.

199p


지원을 가졌기 때문에 아빠와 결혼 했고, 아버지 사업이 잘 되지 않고 암에 걸려 고생했던 엄마.

하지만 엄마는 지원을 가졌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희생이 아니라 선택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이자,

가장 용기 있고 행복한 결정이 될 거라고

나는 믿어.

226p


지원은 엄마의 선택이 희생이 아니라는 것, 엄마의 선택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시간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기억서점이 내게 준 것은

삶이 뒤바뀌는 기적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줄

아주 소중한 기회가 될 테니까.

255p


출판사 광고 문구, 'K-힐링소설의 최전선'.

과연 힐링이 될까요?

적어도 주인공은 힐링이 된 것 같습니다.

치유과정은 꽤 아팠겠지만 말입니다.


'나에게도 기억서점이 찾아온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후회와 죄책감으로 오랜 세월 고통 받았기에 저에게도 와닿는 게 많은 이야기였어요.


과거로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단 한 순간, 그 한 순간을 선택은 할 수 있되 잠시밖에 머무를 수 없는 제약. 그래서 주인공은 웹소설의 회귀물처럼 대단히 많은 걸 바꾸진 못합니다.

저는 이렇게 느꼈어요.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건

결국 자기 자신뿐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세상도 운명도 과거도 아닌 지금의 나. 오직 나뿐 아닐까요. 설령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해도 말입니다.


이상 <기억서점> 서평을 마칩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그날 의사가 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사랑하는 아버지의 딸
포모나 / 파인컬렉션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인칭 화자가 2인칭으로 말해주는 이야기. 필력이 엄청 좋으십니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먼지가 되어
김아직 지음 / 사계절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긴장감을 놓지 않는 문체로 쉼없이 읽힙니다 :) 재밌게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먼지가 되어
김아직 지음 / 사계절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지가 되어>는 작가가 자칭 B급 SF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표지도 약간 B급이에요ㅋㅋ. 그래도 좀 더 표지 디자인 퀄리티가 높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표지만 보면 청소년이 주인공일 것 같지 않나요? 키도 작고 물총을 들고 있고.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땐 영어덜트 소설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주인공은 20대 후반이었습니다. 그것도 산전수전 겪고 삶에 찌들은.


<먼지가 되어>는 삶에 찌든 'K장녀' 강유어가 행방불명된 동생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동생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려서 찾아다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어의 주장은 동생이 실종된 그 자리에 있다는 겁니다.

바로 잃어버린 양말 이론!

집 안에서 잃어버린 양말 한 짝은 결국 집 안에 있는 법. 그러니 동생도 사건 현장에 그대로 있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었습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유어의 주장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동생이 행방불명된 후 사람들이 입에서 연기처럼 짙은 입김을 뿜어내는 기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유어는 7년 전 미국에서 사 읽은 소책자 내용과 그 현상이 같다고 결론 짓습니다. 바로 사람들이 입김을 뿜다가 결국엔 온몸에 수분이 말라 먼지가 되어버린다는 겁니다. 그런데 먼지가 되어 죽은 게 아니라 살아있다는 게 책자의 내용입니다.


이 믿을 수 없는 가설은 진실로 밝혀집니다. 미국에서 생방송 중 노인이 나타나 먼지로 변했다가 다시 멀쩡하게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죠.

유어는 이로써 확실히 동생은 먼지가 되었을 뿐 죽거나 실종된 게 아니라고 결론짓습니다.

그런데 점점 사건의 판이 커집니다. 먼지로 변하는 능력은 '키스'를 통해 전파되는데 이 '키스'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퍼뜨리고 있었던 거죠.


"무지한 그대여, 아직도 신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우리가 바로 우리 자신이 고대하던 그 신입니다."

71p


미국에서 사이비종교처럼 먼지 인간화가 퍼져나가고...유튜브에 떠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을 법한데 한국에선 어째 크게 화제가 되지 않고 골목에서 알음알음 퍼져나가는 먼지 인간화. (이 부분에서 좀 위화감 들었습니다^^; 아마 실제로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코로나 때처럼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세웠으리라 생각합니다.)


유어는 먼지 인간이 물에 약하다는 점을 알아내고 물총을 장전하고 농약 뿌리는 물통을 짊어지고 나홀로 전쟁을 시작합니다. 드디어 표지에 나오는 그 물총을 무기로 선택한 것이죠.

유어는 미국에 있는 사촌 언니와 한국에서 먼지 인간화를 몰래 퍼뜨리는 악당(?)과의 교류로 먼지 인간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됩니다. (정체는 직접 읽고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그들의 목적도 알게 됩니다. 먼지 인간들은 인류를 모두 물어서(즉 '키스'해서) 먼지 인간으로 만드는 혁명을 꾀하고 있었던 겁니다.


한 줌의 흙먼지로 인류의 형이상학과 전통들, 앞으로도 집 한 칸 내줄 것 같지 않은 도시들, 젊음을 쥐어짜다가 마흔 중반 쯤 되면 폐부품 취급할 게 뻔한 자본주의, 그 전부를 엿먹이고 해체시키는 게 '먼지 혁명'이었다.

119p


내 삶을 갈아 엎는 것 만으로는 회생이 불가능해서 세상이 천지개벽하길 바라는 자의 간절함

102p


한때 크게 유행했던 현판(현대판타지)을 떠오르게 하는 구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고 답답해서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아예 현실이 파괴되길 바라는 욕망. 그게 현실이 이세계로 변하거나 게임이 되거나 소설이 되거나 아포칼립스가 되는 현판에 숨겨진 욕망이었지요. (대표적으로 전독시)

어떻게 보면 <먼지가 되어>도 그런 현판의 일환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싸움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에겐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먼지 인간이 되면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우리를 그토록 고달프게 만드는 '먹고 사는 걱정'이 사라진다는 거죠.

여러분이 <먼지가 되어>와 같은 상황에 처하신다면 인간으로 남으시겠습니까, 먼지 인간이 되시겠습니까?


먼지가 될 것인가,

먼지만큼이나 불안한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159p


먼지 같은 세상, 무너뜨리고 먼지가 되는 것이 과연 답이 될 수 있을까요? <먼지가 되어>의 세상은 어떻게 되고 유어는 어떻게 될까요? <먼지가 되어>를 읽으며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실지도 꼭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