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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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여성을 대상화 하게 된 맥락부터 설명하는 점이 좋았다. 다만 너무 여성주의적인 해석만 하는 것 같아서 양성을 아우르는 통찰 또한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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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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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박의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는 옛이야기와 동화에 숨겨진 상징, 의미, 비밀들을 샅샅이 파헤친다. 주로 서구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한국의 옛이야기도 종종 언급되는 점이 만족스럽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와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들에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부분들을 일깨워 준다. 읽고 나서 이야기의 원형과 상징에 대한 지식이 대폭 늘었음을 느꼈다.

다소 여성주의에 치우친 해석을 하는 부분도 있으며 남성을 소외시키는 느낌도 있으나,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쓴 것이 명확해 보이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 아쉬워 할 사람은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책 초반에 동화 속 내용에 대해 다양한 의문을 제시하며 흥미를 일으킨다.

-왜 백설공주는 그런 외모를 타고 났을까?

-왜 난쟁이들은 백설공주를 유리관에 넣었을까?

-왜 백설공주의 아버지는 등장하지 않을까?

-왜 빨간 모자는 숲에 들어갈까?

-빨간 모자의 할머니는 왜 숲에 혼자 살고 있을까?

-왜 용은 공주만 잡아갈까?


보기만 해도 호기심이 동하는 질문들이 속속 등장한다.


현대의 동화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또한 언급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가오나시가 의미하는 바는 뭘까?

-왜 치히로는 가오나시를 친근하게 대했을까?


저자는 동화 모티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그리스 신화까지 나아간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죽이고 안드로메다를 구해 혼인하는 이야기의 모티프가 영웅이 용을 죽이고 공주와 결혼하는 전형적인 로망스로 이어진다는 것.

메두사의 머리는 뱀으로 되어 있고, 페르세우는 바다의 용을 물리친다. 공주는 용이 잡아간다.

다 파충류인 점이 과연 우연일까? 파충류를 물리치는 것에 어떤 비밀이 있을까?

생각지도 못했던 깊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기대해도 좋다.


굉장히 흥미로웠던 의문 중 하나가 바로 한국에는 왜 거인을 죽이는 이야기가 없느냐는 점이었다.

거인은 아버지를 상징하며 아버지를 죽이는 신화가 서구에 즐비한데 한국에는 그런 신화가 없다는 점이다.

또한 단군 신화에서 곰은 인간이 되었지만 인간이 되지 못한 호랑이는 오히려 이후에 한국에서 온갖 이야기로 전승되고 신성한 존재로 떠받들어졌다는 아이러니도 흥미롭다.


예사로 생각하고 지나쳤던 것들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듣고 나면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고무되기도 한다.

가부장 사회에 의해 선택된 여성의 미덕만이 살아남은 '공주' 이야기, 동물적인 본성을 이겨내는 내면의 여성성이 구원의 힘이라는 메시지 등은 예사로 읽고 넘길 수 없는 중요한 메시지들이다.

숲은 우거져있고 수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다.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다.


아름답고 어둡고 깊어서 들어가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한 그런 유혹

12p


저자는 숲이 우리의 내면, 무의식을 뜻한다고 말한다. 내면에서 무언가를 찾고 싶을 때 우리는 이야기를 읽는다. 이야기를 읽으며 무의식을 탐험할 실마리를 얻는다.

그렇게 헨젤과 그레텔이 떨군 빵조각을 따라가듯 호기심과 의문을 따라 저자와 함께 이야기의 세계를 실컷 탐험하고 나면 어느새 우리 내면의 숲을 들여다볼 용기와 지혜가 생길 것이다.

아니, 그것들이 이미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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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서점
송유정 지음 / 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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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후회되는 순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언제인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엄마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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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서점
송유정 지음 / 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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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가 참 예쁜 송유정 작가의 <기억서점>.

이 소설의 이야기를

노래 한 곡으로 표현하자면,

딱 이 노래 입니다.



I'm not a perfect person

난 완벽한 사람이 아니에요

There's many things I wish I didn't do

내가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 많아요

But I continue learning

하지만 난 계속 배우고 있어요(난 미숙해요)

I never meant to do those things to you

그런 일들을 당신에게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And so, I have to say before I go

그래서 떠나기 전에 할 말이 있어요

That I just want you to know

난 그저 당신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I've found a reason for me

이유를 찾았다고

To change who I used to be

예전의 내 모습을 바꿀 이유를.

A reason to start over new

새롭게 시작할 이유를

And the reason is you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당신이에요.

I'm sorry that I hurt you

상춰줘서 미안해요

It's something I must live with everyday

그건 매일 내가 지고가야할 일이죠

And all the pain I put you through

당신에게 고통을 줬던 그 모든 일들

I wish that I could take it all away

그걸 내가 가져가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And be the one who catches all your tears

그리고 당신의 눈물을 닦아줄 사람이 되고 싶어요

That's why I need you to hear

그래서 당신이 들어줬으면 하는 거예요

I've found a reason for me

이유를 찾았다는 걸.

To change who I used to be

예전의 나를 바꿀 이유.

A reason to start over new

다시 시작할 이유.

And the reason is you

그 이유는 바로 당신이에요.


<기억서점>을 읽는 동안에는 몰랐는데, 다 읽고 서평을 쓰려고 블로그 글쓰기를 여니 딱 이 노래가 생각나지 뭐에요?

정말 노래 가사가 내용과 찰떡 같이 맞아 떨어졌답니다.

노래에서 상춰줘서 미안하다고,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고 말하죠? 다시 시작하고 싶고 당신을 위로해주고 싶고 눈물을 닦아주고 싶고 예전의 내 모습을 바꾸고 싶다고 하지요. 바로 당신 때문에.


이 이야기에서 그 당신은 바로 주인공의 '엄마'입니다.


주인공 지원의 어머니는 암 투병과 후유증으로 7년이나 고생하다 고통스럽게 돌아가십니다. 지원은 그런 엄마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병원에 찾아가 상담을 하는 지원. 엄마가 돌아가신 지 7년이라고 하자 의사는 '애도기간이 너무 길다'고 말합니다. 지원의 마음은 무너집니다.


그렇게 겨울비를 추적추적 맞다가 비를 피해 뛰어든 곳이 ㄱ서점, 즉 기억서점 입니다.

기억서점의 관리인인 여자가 지원에게 묻습니다.


지금껏 살아온 삶을 후회하나요?

55p


후후, 마치 독자들에게 묻는 것 같네요.

지원은 어머니가 투병할 때 더 잘해주지 못했던 것, 엄마의 병을 미리 알아채지 못했던 것, 상처주는 말을 했던 것, 더 살갑게 지내지 못했던 것 등등, 후회하는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머니가 힘들게 돌아가신 게 다 자기탓이라며 죄책감과 후회에 사로잡혀 하루하루 망가져 가고 있는 지원. 죽지 못해 사는 지경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기억서점 관리자가 시간 여행을 제안합니다.


남아 있는 시간으로

과거의 시간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지원 씨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57p


지원의 모든 기억이 책으로 기록되어 있는 기억서점. 거기서 돌아가고 싶은 시간의 기억이 담긴 책 페이지를 찾아 책갈피를 꽂아 여자에게 건네면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기회는 단 3번. 그리고 3시간만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한 번 돌아간 시간대 이후의 시점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남아있는 수명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


지원은 못 죽어서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수명 같은 건 크게 문제가 아니었을 겁니다.

지원은 그저, 과거로 돌아간다면 엄마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리고 엄마만 살아있으면 자기 삶이 이렇게 망가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과거로 돌아갑니다.


그날은 엄마가 귀에 이상이 있어 이비인후과에 간 날입니다. 거기서 처음 병변을 발견하지요. 그러나 이후 큰 병원에서 검진을 받지 못하고 집안의 가세가 기울어 병을 돌보지 못해 암으로 발전하고 맙니다.


그래서 지원은 처음 이비인후과에 간 날로 돌아간 거지요.

살아있는 엄마를 만나 행복했던 것도 잠시. 지원은 시간여행에서 돌아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건 바로...





미래가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요....


지원이 엄마를 병원에 데려가 병변을 발견했다고 해도 엄마는 살아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가세를 기울게 한 현실적인 상황들을 지원이 바꿀 수는 없었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시간여행의 제약상, 한번 돌아간 시점 이후로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지원은 그날 이후로 돌아가 뭘 어떻게 해볼 수도 없습니다. (사실 지원이 3시간 안에 해결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지원은 좌절합니다. 희망을 가졌다가 오히려 더 큰 절망에 빠지죠.

하지만 서점 관리인의 말에 다시 한번 시간여행을 결심하게 되는데요.


엄마의 선택은 엄마의 것이에요.

그러니까 지원 씨는

본인의 선택으로

달라질 수 있는 일을 찾아요.

148p


지원은 자신이 엄마의 생사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합니다. 어느 시점을 가장 후회하는지 다시 찬찬히 기억 책을 살펴보지요.


내가 가진 죄책감의 근원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에 있었다.

최선을 다해 엄마와 시간을 보내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엄마를 위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169p


지원은 자기 삶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가 자신을 필요로 했던 시간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그렇게 두 번째 시간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 엄마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된 지원. 그녀의 기억 책도 새로 쓰입니다.


엄마는 뭐가 되고 싶었어?

엄마는 뭘 좋아했어?

엄마는 무엇을 하고 싶었어?

엄마의 진짜 꿈은 뭐였어?

엄마도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인데

그런 엄마에게 나는,

오늘 하루 뭐 하고 지냈냐는

그 흔한 물음 한번 건넨 적이 없다.

208p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하면 오늘 하루 뭐했느냐고 물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그런 사소한 질문이 의외로 소중한 질문일 수도 있었는데, 하고 조금 씁쓸해지기도 했네요.


엄마가 나한테 바라는 건 대단한 거니까. 어떤 성공이나 어떤 성취이니까. 내가 엄마에게 배려해야 할 것은 어떤 고통이나 고생이니까. 그래서 일상의 사소한 질문과 안부는 자꾸 미루거나 잊는 게 아닌가 싶네요.

언제부터일까요. 부모님이 사랑할 사람이 아니라 기대받고 실망시키지 말아야 할 대상이 된 것은.


제 이야기야 어쨌든....지원은 생각합니다.


알고 싶다.

엄마를 이해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 엄마에게

미안한 감정보다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더는 엄마를 떠올리며 괴로워하고 싶지 않다.

217p


지원은 3번 째 여행을 감행합니다. 어느 시점으로 돌아갈까요? 엄마가 자신을 낳고 기뻐하는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영화 <나비효과>가 생각났습니다. 전혀 관련없는 결말입니다만^^;)


좋은 감정과 기억을 안고 돌아온 지원은 자신의 과거를 뉘우칩니다.

얼마나 절박했는지,

얼마나 여유가 없었는지,

얼마나 한 치 앞을 못 봤는지,

내 속이 얼마큼 많은 분노와 원망으로

쉽게 부술 수 없는 벽을 쌓고 있었는지.

242p


기억서점을 통한 여정 끝에 지원은 살아갈 의지를 얻습니다. 엄마의 이 말들 때문이었죠.

지금 엄마의 꿈은 지원이, 너니까.

191p


너를 위해 살아.

너를 위한 삶을 살아.

199p


지원을 가졌기 때문에 아빠와 결혼 했고, 아버지 사업이 잘 되지 않고 암에 걸려 고생했던 엄마.

하지만 엄마는 지원을 가졌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희생이 아니라 선택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이자,

가장 용기 있고 행복한 결정이 될 거라고

나는 믿어.

226p


지원은 엄마의 선택이 희생이 아니라는 것, 엄마의 선택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시간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기억서점이 내게 준 것은

삶이 뒤바뀌는 기적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줄

아주 소중한 기회가 될 테니까.

255p


출판사 광고 문구, 'K-힐링소설의 최전선'.

과연 힐링이 될까요?

적어도 주인공은 힐링이 된 것 같습니다.

치유과정은 꽤 아팠겠지만 말입니다.


'나에게도 기억서점이 찾아온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후회와 죄책감으로 오랜 세월 고통 받았기에 저에게도 와닿는 게 많은 이야기였어요.


과거로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단 한 순간, 그 한 순간을 선택은 할 수 있되 잠시밖에 머무를 수 없는 제약. 그래서 주인공은 웹소설의 회귀물처럼 대단히 많은 걸 바꾸진 못합니다.

저는 이렇게 느꼈어요.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건

결국 자기 자신뿐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세상도 운명도 과거도 아닌 지금의 나. 오직 나뿐 아닐까요. 설령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해도 말입니다.


이상 <기억서점> 서평을 마칩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그날 의사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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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랑하는 아버지의 딸
포모나 / 파인컬렉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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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화자가 2인칭으로 말해주는 이야기. 필력이 엄청 좋으십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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