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활동 무대는 뉴욕이다. 죽음의 면면 뿐 아니라 뉴욕의 면면과 민낯을 저자는 가감없이 책에 옮겼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다양성만큼이나 죽음의 스펙트럼도 다채롭다. 저자는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뉴욕의 삶, 다양한 계층 및 지역의 삶을 여과없이 모두 다룬다.
부자의 죽음, 가난한 자의 죽음, 유색인종의 죽음, 범죄자들의 죽음, 노숙자의 죽음, 불법거주자의 죽음, 부유한 자선가의 죽음, 거지의 죽음, 이성애자의 죽음, 동성애자의 죽음....
때론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 명백함에도 증거가 없어 자살로 결론지을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고, 병사라는 증언에도 불구하고 타살이라고 밝혀내기도 하는 등 부조리한 일들도 등장한다.
또한 치정이나 복수, 우발적인 분노 같은 일로 일어나는 살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대부분 마약 거래나 불법 조직에 연루되어 벌어지는 '사업적인' 죽음이 많다고 한다. 추리물에서 등장하는 '인간적인' 죽음은 이제 그리 많지 않다는 저자의 말이 씁쓸하다.
그런데, 자연사든 타살이든 자살이든 5500번이나 되는 죽음을 목격하고 면밀히 조사해야 하는 일을 저자는 어떻게 버텨낸 것일까.
의외로 저자는 '아름다움'을 찾으려 노력했다. 사체를 조사하러 간 현장에서도 하늘의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호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혹은 죽은 사람의 방에 장식된 명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일부러 그렇게 아름다움을 찾으며 조금이라도 마음을 보호하려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