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쓰기의 미래》를 읽을 결심을 한 것은, 최근 모 작가 커뮤니티에서 AI를 소설 창작에 쓰는 것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하는 글을 봤기 때문이었다. 예상보다 거부 반응이 거셌기에 깜짝 놀랐다.
작가가 창작활동에 AI를 쓰기 시작하면 언젠가 AI가 작가의 자리를 빼앗는 날이 오는 걸까? 과연 AI가 작가를 대체할까? 또한 작가 뿐 아니라 글쓰기 능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의 일자리를 위협할까?
현재 사람들이 널리 쓰는 텍스트 생성형 AI인 챗GPT는 사람만큼 글을 써내지 못한다. 어딘가 중복되고 단조로운 표현을 쓴다. 하지만 깜짝 놀랄 만한 결과물을 내기도 한다. 그런 소식을 종종 듣다보면 관련 직종에서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만약 AI가 인간보다 글을 잘 쓰게 되면 인간은 더이상 글을 안 쓰게 되는 걸까?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글을 쓰기도 하지만 그저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글을 쓴다. 인간은 왜 글을 쓰는가? 쓰는 행위를 통해 무엇을 얻는가?
챗GPT를 포함한 '글을 쓸 수 있는 AI'를 경계하고 두려워하기 전에, 우리가 왜 글을 쓰는지, 구체적으로 AI가 감히 대체하지 않기를 바라는 부분이 무엇인지 불안의 안개를 걷어내고 정면으로 파악한다면, AI가 지금보다도 더 발전하고 널리 쓰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무얼 해야할지 해결책과 새로운 마음가짐이 보이지 않을까?
이 책 <쓰기의 미래>는 우리가 AI에 대해 막연히 가지는 두려움, 편견, 의문을 해소시켜주는 책이다. 저자 나오미 배런은 오랜 세월 언어를 연구해 온 학자이며 온라인 상의 언어생활을 무시했던 학계와는 달리 앞장서서 인터넷에서의 언어 생활을 연구하고자 했던 선구자이다. 그런 그녀가 문외한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AI의 기원은 물론이고 글쓰기의 기원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이에 대해서 TMI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어떤 문제와 현상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그 문제와 현상을 바로 보고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원부터 파악해야 '이해'할 수 있다. 나오미 배런은 학자적 입장에서 연구하는 마음으로 AI와 글쓰기를 차분히 조사하고 알려준다. 그러나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고 문체 또한 재치있고 지루하지 않다.
방대한 자료를 다루면서도 체계적으로 내용을 조직하고 현재와 과거, 미래까지 아우르는 통찰까지 엿보이는 이 책 《쓰기의 미래》에서는 AI와 언어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저자가 가진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까지 맛볼 수 있다.
또한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감명깊게 여길 만큼 인간이 글쓰기를 하는 의미에 대해서도 전달한다. 대가들의 글을 인용하면서 마음에 와닿을 만큼 강렬한 진실을 말한다. 온통 형광펜 칠을 하게 되는 책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