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베르캄프 자서전
데니스 베르캄프.데이비드 빈너.야프 비서 지음, 이성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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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을 읽는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크게 두 가지 이유입니다. 1. 팬이거나, 2. 본받을 점이 있거나. 이 자서전의 주인공 데니스 베르캄프는 저에게는 두 가지 이유 모두 해당합니다. 2002년 스무살 때부터 해외축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었는데요. 그 당시에는 세계 4대 스트라이커, 4대 미드필더 등이 인터넷에서 논쟁거리가 되곤 했었습니다. 4대 미드필더 중에 한 명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데니스 베르캄프에 대해서는 인터넷에서도 크게 논쟁거리가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정말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 당시 세계 최고 레벨이었다고 할 수 있는 아스날의 핵심선수였고 퍼스트터치로 대표되는 그의 볼 컨트롤과 정확한 패스와 슈팅은 아스날의 무패우승을 견인하는 축 중의 하나였습니다.

모든 패스에는 메시지나 생각이 담겨 있다.

저는 운동선수도 아니고 축구를 잘 하지 못하지만, 베르캄프 자서전의 저 문장에는 참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세계최고의 레벨이 생각하는 철학은 저런 것이구나를 알 수 있는 한 문장이었습니다. 축구경기 90분 간 한 팀이 시도하는 패스는 400여회가 넘습니다. 점유율 축구를 하는 팀에서는 700회 이상이 되기도 합니다. 급격한 체력소모, 상대방과의 경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패스, 드리블, 슛 하나까지 의미없이 흘려보내지 않는다는 정신이 그 분야 최고의 마음가짐이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온전히 본받고 싶지만, 그의 반이라도 본받으려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요한 크루이프, 루이 반 할, 히딩크와 벵거.

오랜 축구선수 생활 속에 그를 지도하고, 같이 뛰고, 그에게 영감을 준 사람은 많았습니다. 원래 생각이 깊고 출중한 선수였지만, 좋은 지도자들을 만난 것이 베르캄프가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도움을 준 것은 확실합니다. 우리에게는 멘토라는 개념이 맞을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이든 자기계발이든 간에 훌륭한 멘토를 만난다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느냐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마흔이지만 멘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만났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생각이 깊고 마음을 잘 읽는 와이프를 만난 것이 다행입니다. 옆에서 조언이나 상의를 많이 해주거든요. 그래도 앞으로 사회생활에 있어서 크루이프 같은 멘토를 한 명 더 만났으면 좋겠네요.

말할 수 있는 용기

데니스 베르캄프는 세계적인 선수이지만 약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아마 축구팬이라면 누구나가 알 것 같습니다. '비행기'이지요. 축구를 한창 조던 어린 시절에는 그냥 비행기를 못 타는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사회생활을 한 지 십 년 차가 넘어서면서 저런 핸디캡이 얼마나 독이 되는 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고, 조직에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십거리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양해를 구하는 것이 사회생활, 조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보통은 용기를 내지 못하고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게 현실입니다. 남들의 가십거리에 오르게 되니 불안해지고요. 하지만 베르캄프는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알렸고, 그 후에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베르캄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함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평생 관계가 틀어져버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맞추려고 하다보면 자기 자신을 잃을 수도 있겠죠.

400페이지에 달하는 베르캄프의 자서전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쓰여 있어서 인터뷰의 생동감이 잘 전달됩니다. 그리고 길었던 선수생활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세심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세계최고의 선수에게 정말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베르캄프의 행동을 우리 사회에 적용시켜보는 것입니다. 아마 그의 반정도를 쫓아가다보면 우리도 프로페셔널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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