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고요? - 머리가 새하얘지는 당신을 위한 21일 글쓰기 훈련법
조헌주 지음 / 설렘(SEOLREM)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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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글쓰기 말고도 재미있는 것들이 참 많았다.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가장 공감되는 문장이었습니다. 20대 30대까지 책을 많이 안 읽은 것을 지금에서는 후회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심지어 할 일 없이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을 때도 책 읽을 생각은 안했으니 천장보는 게 책보다 재미있었나 싶습니다.

언제부턴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대 초반에 그런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었고, 30대 중반에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때는 스마트폰은 있었지만, 컴퓨터 없는 한 달을 보내며 나름 인생의 특별한 시기를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봐주는 사람도 없었고 주로 와이프가 하트를 눌러주었었지만, 그냥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둘이 같이 웃었습니다. 모르는 누군가가 하트를 누르거나 댓글이 달리면 그저 신기하고 고마웠습니다. 글쓰기의 재미를 느꼈었습니다. 하지만 꿈같던 휴식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며 블로그에 쓰던 기록도 그 순간에 멈췄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삶이 무너져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일터-집-게임으로 반복되던 일상에 천사같은 아이가 태어났고 정말로 정신없는 시절을 보내다보니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우리 부부가 늙고, 아이가 컸을 때 우리의 추억들은 그저 사진 몇 장으로 남는걸까? 그렇게 줄기차게 찍어대던 신혼여행 사진들은 어디에 처박혀 있는거지? 그때의 기억들과 에피소드들은 다 희미해지겠구나.

좋은 추억들 뿐만 아니라 바쁘고 힘들었던 시절도 나와 우리 가족의 기록이고, 초보 엄마아빠의 전쟁같던 육아도 결국 우리의 소중한 기록인데 글로 남기지 못한 것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나에 대한 글쓰기

공부하던 어학을 블로그에 올렸었습니다. 꽤 공들였었지만, 접게 되었습니다. 첫째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보다 빈 노트에 적어가며 소리내가며 읽는 것이 효율적이었고, 둘째로 블로그를 하기 위한 공부인지, 공부하려고 블로그를 하는 것인지가 애매해졌습니다.

여행에 대한 블로그도 해보려 했었는데, 생각만큼 여행을 자주 가지도 않았으며, 단발성이다보니 꾸준함이 떨어져 흐지부지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든 일상이든 여행이든 내 생각이든, 결국엔 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작가님께서 말씀하시는 '나에 대한 글쓰기'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중구난방에 뒤죽박죽 섞여있겠지만 나의 경험을 카테고리로 나누고 나중에 쌓인 글들을 보면 그 당시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삶을 살았는가에 대한 방향성이 보이겠지요. 많은 사람이 보지 않더라도 우리 가족 이야기를 내 중심으로 풀어썼으니, 우리 가족들끼리라도 웃으며 볼 거라 생각합니다.

습관이 되기 위한 21일

일단 적자!라고 생각하고 육아일기, 장난감 소개, 서평, 여행 등등 내가 경험한 어떤 것들이라도 글로 남기려고 노력했습니다. 글쓰기 실력은 지금도 부족해서 책을 많이 읽고 서평을 쓰고 있습니다. 읽고 쓰다보면 하루 0.001%라도 좋아진다는 믿음으로요. 제가 좋아하는 스터디언의 신박사님께서는 하루에 1%성장이 복리로 쌓이면 1년 후에는 현재보다 37배가 성장한다고 하셨고, 김은희 작가님께서는 어제보다 0.001%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하셨습니다. 작가가 되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글쓰기를 잘 하고 싶습니다.

블로그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매일 글 하나를 꼭 올리자라고 다짐하고, 아이가 잠든 시간 스마트폰을 꿈지럭댑니다. 제주도 한달살기 이후 단발성으로 하던 블로그는 금새 흥미를 잃고 우리 가족의 삶과 함께 기억속 저편으로 사라지게 되니까요. 100프로 지키지는 못하지만 다행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아이가 자면 컴퓨터 게임보다 책과 블로그가 먼저 생각이 납니다.

한번에 잘 하고 한번에 이루려는 마음

피카소의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귀부인의 요청으로 즉석에서 자화상을 그려주고 고액의 대가를 요구했습니다. 깜짝 놀란 귀부인이 고작 3분 동안 그리지 않았냐고 하자

"이 그림을 그리는 데 39년이 걸렸습니다."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어릴 적 학교에서 피카소의 그림을 배우며 저 정도는 나도 그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봤을 것 같은데요. 그림에 국한하지 않고 부동산, 주식, 취미 어떤 분야든지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투자에 성공한 사람을 보면서 '나도 그때 투자 했으면', 회사에서 잘 나가는 동료를 보면서 '나도 저런 기회가 있었다면'. 아마 대부분의 30,40대 남자들은 방구석에서 혼자 안정환의 반지 세레모니를 따라해봤을 것입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글, 블로그의 인기글 등을 보면서 저 정도는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결과물만을 보게 되면 그 정도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또한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글을 써보면 이 책의 제목처럼 첫 문장도 쓰지 못하고 한참 고심하거나, 자기가 쓴 글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참... 제 글쓰기 실력에 한숨만 나옵니다. 짧고 눈에 '꽂히는' 글을 쓸 실력이 안됩니다. 스팸으로 분류되어 읽어볼 기회도 없는 광고글도 읽어보면 제 실력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게 당연한 걸지도. 보는 이들을 한 눈에 확 사로잡아야 할테니까요.

한 줄이 모여서 한 장이 되고, 결국 한 권의 책을 만든다.

그래도 저는 계속 블로그에 일상을 적고 서평을 올리려고 합니다. 비교할 순 없지만 피카소의 39년을, 투자로 성공한 부자들의 노력을, 반지 세레모니를 하기 전 안정환 선수의 피나는 노력을 어렴풋이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는 일개 범인이지만, 글을 잘 쓰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쓰고 또 쓰는 노력을 합니다. 실망과 좌절보다는 어제보다 오늘 더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글을 씁니다.

2-6 문장이 달라지는 글쓰기

2장에서 실질적인 글쓰기에 조언을 해주는 장은 2-6장과 2-7장입니다. 그 중에 가장 첫번째로 조언해주신

한 문장의 길이를 너무 길지 않게. 문장을 나눠서.

가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만화 '미생'에서 인상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는데, 주인공 '장그래'가 업무 보고를 최대한 줄여서 작성하는 내용였습니다. 한 줄, 한 글자를 줄이기 위해 고심하는 장그래의 모습이 인상적인 에피소드였습니다. 주저리주저리 길게 쓰는 것보다 핵심만 딱딱 요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 이후특히 업무에서 보고서를 작성할 때 한 글자라도 줄여보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생각나는 데로 휘갈겨 쓴 후, 절반으로 줄이고 제대로 다듬어라. - 찰스 다윈

2장까지는 글쓰기를 위한 동기부여가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못써도 괜찮습니다. 꾸준히 쓰세요.

남을 의식하지 마세요. 하루에 조금씩 성장하세요.

습관화하세요.

책의 노란 표지 한 켠에 써있습니다.

머리가 새하얘지는 / 당신을 위한 / 21일 글쓰기 훈련법

2장까지의 글에서도 꾸준히 강조되고 있는 내용 중 하나는 '꾸준히, 습관화'입니다.

좋은 습관 하나를 만드는 데 21일이 걸린다고 하니, 1년이면 최소 12개의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21일 글쓰기 훈련'을 한다면? 당연히 습관화된 글쓰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저는 블로그에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이 주제 정하기였습니다.

어떤 글은 너무 깊고 무거워지고, 어떤 글은 주제가 단발성으로 글을 이어나가기 어렵고, 어떤 글은 재미가 없습니다.

3장 '21일만에 완성하는 글쓰기 전략'에서는 작가님께서 실질적인 연습문제를 제시합니다. 굳이 연습문제라고 표현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나태하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강제성을 부여해야 시도라도 해보는 성격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100%를 원하면 150%의 목표를 잡고 실행해야 합니다. 1일 1과제, 총 21가지의 글쓰기 소재를 제안했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블로그씨의 질문'보다는 더 글쓰기 쉽고 도움이 되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중에 2가지만 소개하려고 합니다.

1단계 글쓰기와 친해지기 - 1)하루일과 쓰기, 2)좋아하는 것 10가지 쓰기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메타인지'입니다. 나에 대해 아는 것이고, 알아가는 것입니다. 전에 한 번 해봤었는데, 이 글쓰기의 좋은 점은 내가 모르던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이용하는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에는 자신이 아는 부분과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구분짓고 있습니다. 나에 대한 글을 써보며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스스로 놀랄 정도의 발견을 하기도 합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라고 자존감이 회복됩니다.

또 하루일과 쓰기는 데일리 리포트라고도 하는데, 이건 챌린지가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매 시간을 빠짐없이 기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데일리 리포트는 연속성을 가지고 오랜 시간 지속해야 하는데, 다만 성공하고 나면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유튜브 스터디언 채널의 신대표님 말씀처럼 '시간의 밀도'를 높일 수 있는 도구가 됩니다. 데일리 리포트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시도한 것 자체, 과정, 결과 하나하나를 글쓰기의 소재로 쓴다면, 시간관리능력과 글쓰기 능력을 함께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초고는 쓰레기였다

- 어네스트 헤밍웨이

4장의 제목은 '완벽한 글이 되는 처방전'입니다. 내용은 짧지만 제목처럼 글을 잘 쓰기 위한 서론-본론-결론의 구성 방법과 책 제목처럼 첫 문장을 쉽게 쓸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이 나옵니다.

첫 문장 잘쓰는 방법 - 대화로 시작하기, 경험을 설명하기, 드라마나 영화 인용하기, 좋은 글이나 명언 인용하기 등등등

위에 기술한 방법에 대해 예시를 들며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습니다. 저는 이번 글의 첫 문장을 명언 인용하기로 결정하고 이 책 4장에 나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내 초고는 쓰레기였다'를 인용해서 글을 시작해 봤습니다. 명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과격하게 느껴지는 짧은 문장이기도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퇴고'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려주는 문장입니다. 헤밍웨이 같은 대작가도 자신의 초고를 쓰레기였다고 하였고, 괴테는 파우스트를 60년에 걸쳐서 완성하였다고 하니까요.

작가님께서는 첫번째로 자유롭게 쓰고, 두번째로 퇴고를 하신다고 하시면서 일정 시간을 묵혀놓으신다고 합니다. 짧은 글은 몇 시간, 긴 글은 며칠을 묵혀두고 다시 보면 문맥, 구성의 오류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하십니다. 저는 뭐 초심자의 짧은 블로그 글쓰기이다 보니 자유롭게 쓴 후에 한 번 쭉 읽어보면서 바로바로 수정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짧은 복기에도 이상한 연결, 오타 등 많이 보이고 다음어야 할 문장들이 많이 보이니 단시간의 퇴고도 큰 도움이 됩니다.

거듭 말하지만, 처음부터 잘 쓴 글은 없다. 계속해서 고쳐 나가면서 완벽한 글이 완성된다. 퇴고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잘 고치는 능력이 잘 쓰는 능력이기도 하니까.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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