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통사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조병한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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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난히 중국에 대한 흥미가 많아져서 중국어도 수박 겉핥기로 살짝 공부해 보기도 했고, 중국 관련 역사 책들도 여럿 읽었었다(이게 다 '랑야방'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나 중국 역사를 한 권에 집약한 책에 구미가 당길 수 밖에.
'통사' 즉 overall history 라는 인상을 받았고, 책 소개에서도 잘 요약되어 일반 대중들이 읽기 좋게 만들어졌다고 하길래 '날로 먹어보자'는 좀 안이한 생각으로 구입해 읽었다.
그리고 ... 된통 얻어 맞았다.
어쩐지.. 저자의 약력이 범상치 않더라니..
일본 사학계의 거물 중 거물이더라고..

1. 결코 쉽지 않은 책이다. 대중이 읽기 좋다고? 뭔 헛소리여?

2. 대중 역사 교양서라기 보다는 마치.. 생리학 교과서를 읽는 듯한 느낌을 내내 받았다.

3. 이걸 인문교양서적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차라리 과학책으로 분류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중국사에 대해 통상적인 역사서처럼 기술한 것이 아니고, 역사의 이면에 흐르는 원동력을 매우 과학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이 기전(mechanism) 설명을 따라가다보면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에서마다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소리가 절로 나온다.

4. 초반부에 있는 총론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저자가 펼치는 장광설(?)은 재독 삼독의 가치가 있다.
양이 좀 많고 가독성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진짜 이 대가분의 사상에 감탄과 더불어 절로 존경심이 솟아 오른다.
이 총론 대목에서부터 인문교양서라기 보다 과학서로서의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5. 본론에 들어가면 빠른 속도로 휙휙 지나가지만 (여기서부터 대중서적의 느낌이 들긴 한다. 그래도 만만치는 않다), 총론에서 정의해 놓은 역사의 원동력 내지는 기전을 기반으로 삼아 읽으면 내용을 더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설민석의 조선사 같은 친절한 책을 기대했다면 그 생각은 일찌감치 접으시는게 좋겠다.
이 책은 대중을 위한 친절은 전혀 없는 무뚝뚝한 정식 역사서라고 해도 된다.
그래도 올해들어 소장가치 최고의 진짜배기 양서를 또 하나 확보했다는 뿌듯함을 만끽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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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계승자 별의 계승자 1
제임스 P.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 / 아작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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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가벼운 휴식거리 삼아 읽기 시작한 SF물인데,
진짜 대박을 건졌다.
이미 SF 계의 고전이라는데, 이제서야 접했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아서 클락의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 나 '유년기의 끝'을 읽고 난 그 감동과 똑같은 뒷맛을 남긴다.
2020년경 달에서 우주비행사의 시체를 하나 건지게 되는데, 연대 측정상 무려 5만년전의 외계인으로 밝혀지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이후의 전개는 무슨 우주 전쟁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 액션같은 그딴건 전혀 없고,
이 월인(내내 이렇게 부른다)의 기원에 대해 세계 각지의 내로라는 각종 학자들이 모여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탐구하는 걸로 초지일관이다.
즉, 작품 내내 생물학, 비교해부학, 수학, 물리, 화학, 분자생물학, 천문학 등등의 각 분야 과학자들이 격론을 펼치는 학술 심포지움이다.
세상에.. SF 를 나름 꽤 읽었다고 자부해 왔지만, 이렇게 학구적이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SF 는 처음이다.
이들 학자들을 총괄하는 헌트 박사가 주인공으로서 줄거리를 이끌고 있지만
소설 초반부부터 진화론적인 관점으로 월인의 기원을 끈질기게 추리하는 단체커 박사가, 비록 조연급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자꾸 알짱(?)거린다 했더니만..
막판에 셜록홈즈가 '범인은 당신이오!' 하듯이 메가톤급 결정타를 터뜨리며 진짜 주인공으로 올라선다(단체커 박사는 이 소설에서 세번에 걸쳐 진화론적 논리 전개로 이뤄진 장광설을 푸는데, 정독해 볼 가치가 높을 정도로 영양가 만점이다. 좀 싸가지가 없어서 그렇지, 진정한 과학자로서의 자세란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역설하고 있다).
이 소설은 후속작 2편을 합하여 3부작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의 hard SF 라면 끝까지 읽어줄 용의가 있다.
제발 나머지 2권도 번역되어 출판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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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적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과학 만화
래리 고닉 지음, 전영택 옮김 / 궁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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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가노 히로유키의 '통계가 빨라지는 수학력'을 읽고 (사실상 일일이 쓰고 계산해 가면서 공부한...)나서의 내 변화는 다음과 같았다:

1) 내게 기적이 일어나진 않았다 
- 즉, 통계가 빨라지지 않았고 수학력도 강해지진 않았다. 
머리 안돌아가는 초로의 꼰대이긴 마찬가지.

2) 다만, 지수니 로그니, 무한대니 조합이니, 혹은 미적분의 복잡한 수식을 봐도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위의 책을 읽게된 동기가 사실은.. 
논문들을 읽다 보면 특히나 요즘 들어 수학적 simulation 이나 모델을 내 놓으면서 설명하는 게 부쩍 늘었다는 걸 느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아주 기본적인 적분 수식만 봐도 
'어이쿠, 무시라!' 하는 내 모습이 한심해서, 
dummy 들을 위한 입문서라도 익혀보자고 시작한 셈.

어쨌든 '수학바보'이긴 마찬가지이지만, 그나마 쓸데없는 두려움이나마 제거했으니 나름 수확을 거두긴 했다.

그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할까..하고 생각하다가, 
몇년전에 사 놓고 먼지만 쌓여가던 이 책이 눈에 띈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샀던 목적도 마찬가지: 
마치 이원복 선생의 '먼나라 이웃나라' 읽듯이 '재미있는' 만화를 즐기면서,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미적분을 '개념'이나마 되살리자, 
그것도 날로 먹겠다..는 의도였으나..

초반 몇 페이지 읽다가(이게 중요하다. '읽다가'...) 
포기하고 서가에 처 넣었던 책이다.

'기왕 흐름을 탄 김에..'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이번 두번째 시도에서 가장 큰 차이는 
책 옆에 종이와 볼펜을 준비했다는 것(나가노 센세에게 지금도 고마움을..).

1.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제목과는 달리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적분이 아니다.
: 어려운 건 어려운 것이다. 아무리 쉽고 재미있게 이해시켜 주려고 저자가 아낌없이 진실된 노력을 하셨지만, 미적분이 어디 만만한 것이더냐?
눈으로 읽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아마존의 어느 독자 서평이 날카롭게 지적해 주고 있다: 
"The reader must be very familiar with the Calculus to get much out of this book...if you are not familiar with the Calculus, this is nothing more than a silly cartoon book."

2. 손으로 일일이 쓰고 계산하면서 '독서'가 아닌 '공부'를 해야 한다.
어리숙해 보이는 만화 주인공들이 수작을 주고 받는 장면들로만 이뤄져 있다고 만만히 보지 마라.
이것도 쉬운 걸로 가장한 입문용 수학 교과서다.

3. 따라서... 나 처럼 이 책부터 읽는 시행착오를 범하지 말고,
'...수학력'책 한 권쯤은 읽고 준비된 상태에서 임해야 한다.
(물론 미적분이 익숙한 고3학생이나 이공계 대학생들, 
그리고 예방의학 선생님들에겐 껌도 안되는 기본서지만.. )

4. 다음 단계는 보다 고난이도의 미적분학으로 넘어가야..한다고 이 책의 말미에서 권장하지만 난 그러지 않을련다.

내 전공을 감안해 보면 그럴 이유가 없고 (미친 짓이지...)
이미 머리가 안돌아가는 꼰대이기도하고,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최근 들어 부쩍 수학적 모델을 수단으로 논하는 전공 논문들이 증가하는 바람에 이에 대한 해독 (그리고 수식에 대한 거부감 제거와 피상적이나마 어느 정도의 이해 등)이 주 목적이었으니까.

Back to the basic 이 중요하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어디에 발을 디디고 있는지에 대한 
정체성 자각은 제대로 해야 하거든.
그런데... 내 머리가 미미하게나마 
전보다는 좋아진 듯한 느낌(착각?)이 들긴 한다.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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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사냥꾼 - 실패할 시간이 없다
피터 피오트 지음, 양태언 외 옮김 / 아마존의나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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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제는 No time to lose 인데, '바이러스 사냥꾼'이라는 멋들어진 제목으로 재 단장했다.
2. 사실 이런 연유로 해서 나는 이 책을 중복 구입하는 뻘짓을 저질렀다.
하나는 Kindle 원서 (아마존에서 클릭 한 번이면..), 하나는 이 번역서..
나중에서야 알고서 좀 난감했는데, 결국 번역서를 새 책인 상태로 지인에게 선물했다.
이미 Kindle version 으로 반쯤 읽은 상황이라..
3. No time to lose.. '실패할 시간이 없다'로 직역되지만, 원래는 '꾸물거리지 마라, 빨리빨리!'라는 뉘앙스에 더 가깝다.
읽기 시작할 때,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Piot 박사의 초보 의사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좌충우돌기를 읽다보니, 이분 참... 엄청나게 바쁜 삶을 살아오셨구나 하고 실감을 하면서 그 제목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4. 이분은 특히 에볼라 바이러스의 발견자로 유명한데, 당연히 에볼라 바이러스의 발견과 투쟁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을 거라 예상하며 읽고 있었다. 그런데, 어라?
책 진도가 1/3쯤 나갔을때 에볼라 이야기는 다 끝이 나 버린다. 응? 그럼 나머지는 무슨 얘기? 하고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는데..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욱 엄청났다.
정말, 이분 슈퍼맨이다.
5. AIDS 의 임상적/역학적인 숱한 지식들을 직접 아프리카에서 부딪히고 캐 고생하시면서 거의 모조리 확립하신다.
이 분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AIDS 는 무조건 동성 성관계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으로 굳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아프리카는 미국/유럽과는 전혀 다른 양상 - 이성간 성관계, 산모-태아 전파, 성병과의 동반 등등-들이 다양하게 있음을 제대로 증명하신다.
게다가.. HIV 에 잘 걸리지 않는 그룹들, 그리고 HIV 에 걸리더라도 아무일 없이 잘 생존하는 long-term nonprogressor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사실을 밝혀낸다.
이렇게 방대한 AIDS 지식을 마련하는데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가 적나라하게 써있다. 직접 뛰면서 fact 로서 확립한 것. 그 누가 반박할 수 있는가?
6. 이 책은 2/3 쯤 지나면 바이러스 사냥(?)을 하는 얘기는 사실상 끝나고, WHO 등의 보건기구에서 공무원(?)으로서 bureaucracy 를 비롯한 각종 경직된 체계와 관료들과의 갈등과 싸움, 아프리카 독재자들과 부조리한 국가 체제와의 갈등 (주로 쥐어 터지는 쪽이었지만...) 등의 얘기로 채워진다.. 그런데, 이 부분들이 심하게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그래서 마지막 1/3은 좀 건성건성 읽었다.
7. 내가 종사하는 분야에서 이런 위인들을 책으로나마 본격적으로 만나보는 일은 자주 가질 필요가 있다. 정말 이 분의 일생에 걸친 고생담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면서 내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8. 그런데... 일반 대중들에게 과학교양서로서 많이 팔렸을 것 같진 않다는 우려가 들긴 한다. 이 분야에 접하는 이들이 아니면 꽤 지루한 책일 수도 있거든. 심지어 나도 후반 1/3이 지루했으니..

(지금 이 리뷰를 쓰고 있는 시점인 2016년 5월 28일 현재, 단 한개의 리뷰도 올라오지 않고 있다. 심지어 그 간단한 100자평 조차도..)
그래도 동종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는 권하고 싶은 책이다.
9. 한걸음 물러나서 보면 어느 과학자의 캐고생담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humor 를 잃지 않고 경쾌한 분위기로 기술하고 있다.
- Piot 박사가 약관의 나이로 벨기에에서 콩고(자이레)로 갔던 당시, Piot 라는 이름으로 자기 자신은 듣보잡이었고 국대 골키퍼 Piot 가 유명인이었다고 자학 개그를 시전하신다.
나, 그 골키퍼 기억한다. 1972년 유로 준결승에서 당시 베켄바우어와 게르트 뮐러가 뛰던 서독을 만나 1-2로 깨지는데, 그때 골키퍼였다.
나름 벨기에에서는 레전드 골키퍼라고 하더라.
- 에볼라 병은 콩고의 에볼라 강에서 따온 이름이라는데.. 진실은.. 에볼라 강은 억울하다는 것!
원래 신종 전염병 이름은 발생 지역 이름을 따서 짓는 게 관례였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에볼라 창궐지역이었던 얌부쿠로 지으려고 했다가, 그 지역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취소했다 (마치 영화 '곡성' 때문에 곡성 분들이 곤혹해 한다는 것처럼).
그래서 두루뭉수리하게 '콩고 열'로 지으려고 했더니, 이미 '콩고-크리미아 열'이라는 병이 선점(-_-;).
그래서 동료들과 저녁에 술 한잔 걸치면서 지도를 검색하다가 얌부쿠에서 약간 떨어진 에볼라 강이 눈에 띄여서 그걸로 지었다고 한다. 듣는 에볼라 강 입장에선 무슨 날벼락인가.
- 피옷 박사가 겪은 고난 중에는 아프리카 독재 국가에서 부당하게 숱한 인권유린을 당한 얘기들이 자주 나온다. 이 조차로 웃음으로 승화시키신다.
가장 웃겼던게... 현지 경찰들에게 '파키스탄' 사람으로 오인 받아서 체포된 사건이 아니었을까?
분명히 백인인 피옷 박사 입장에서는 파키스탄인으로 오해 받았다는 게 얼마나 황당했을까?
10. 에볼라 얘기 후반부에 가면, 첫 논문 발표때 피옷의 상사가 자기 이름을 슬그머니 빼고 투고하려고 했던 걸 들키는 장면이 나온다.
평소에, 그리고 일생동안 좋은 관계로 지내던 상사인데 말이다(왜 이름을 처음에 뺐는지는 설명이 안 나옴).
이런 상황에서 아랫 사람인 피옷은 어떻게 나왔을까?
그냥 상사 면전에 들이대고 "내 이름 왜 안 넣어요? 넣으세요!" 하고 들이 받았고, 결국 성취한다.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였다면?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제게 왜 그러셨어요? 말해주세요. 왜 그러셨어요?"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청출어람. 애제자 였으나 자기보다 어느 틈에 앞서나가는 상황을 보면서 격려는 커녕 찍어 누르려고 하는 좀생이들이 지금도 많겠지?
그건 서양도 마찬가지였네.
11. 피오트 박사가 의대 졸업하고 감염을 전공한다고 하니까 주위 지인들과 스승들이 도시락 싸고 다니면서 말리는 대목이 초반에 나온다.
"감염은 거의 다 정복됐는데 왜 하는 것이여?"
"감염은 돈도 못 버는데.."
하하.. 이것도 거기나 여기나 똑 같구나.
하긴 최근 공표된 미국 의사 전문 분야별 연봉 랭킹을 보니 지금도 감염내과는 바닥이더구먼...
나를 포함해서, 감염을 전공한다는 이들은 제정신이 아닌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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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지나간 자리 - 메르스 사태 최전방에서 돌아온 의료인들의 증언
메르스 사태 인터뷰 기획팀.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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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면 안되고 반성을 게을리 해서도 안된다. 줄 쳐 가면서 정성스럽게 정독했고 재독, 삼독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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