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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한글판 + 영문판) - 합본 ㅣ 반석 영한대역 시리즈 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화승 옮김 / 반석출판사 / 2005년 2월
평점 :

오래 전 일이 되어 버렸지만 20여년전 서울의 한 대학 영문과를 졸업했어요. 지방에서 홀로 상경하여 어렵게 공부하던 시절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낡고 먼지 쌓인 영문판 문고들은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네요. 항상 생활비가 부족하던 자취생 시절 미처 손에 넣지 못했던 책들을 지금에서야 다시금 읽어보는 일은 저의 소소한 기쁨입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기에 정말 좋은 반석출판사의 영한대역문고 세트는 클래식 문학 작품들을 한글판과 영문판 두 가지 버전으로 함께 만나볼 수 있어서 무척 매력적입니다.
영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문학적 교양을 쌓고자 하는 청소년과 대학생, 품격있는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 정말 좋은 시리즈에요. 이번에는 영화로도 많은 분들에게 잘 알려진 위대한 개츠비를 반석 영한대역 시리즈 세트로 만나보게 되었는데요, 재미있고 새롭게 읽은 점이 있어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위대한 개츠비는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입니다. 클래식 문학이라고는 하지만 현대적인 시대 배경과 그리 멀리 있지 않고, 문체가 무척 세련되어 동시대의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심리적 거리감이 없는 작품같습니다.
2013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원작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우며, 원작과 영화를 비교 감상하는 재미까지 있어서 읽어보면 후회없을 문학작품 같아요.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닉 캐러웨이라는 30세 증권회사 직원이 소설의 화자로 등장하고, 닉의 주변 인물들로 대학동창인 톰 뷰캐넌, 톰의 부인이자 닉의 육촌동생 데이지, 그리고 이 책의 제목에서도 암시하듯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제이 개츠비가 등장합니다.
톰은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건장한 체구와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인물입니다. 자동차 정비소 주인의 아내인 머틀 윌슨과 내연의 관계를 가지고 있으나, 겉으로는 데이지와 행복한 결혼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데이지는 톰과 결혼하기 전 개츠비와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오랜 기다림 끝에 돈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 개츠비를 버리고 부와 사회적 지위가 자신을 빛내줄 수 있는 톰을 선택하여 결혼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개츠비는 오로지 데이지만을 되찾을 목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매일밤 저택에서 화려한 파티를 열며 데이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데이지가 일으킨 끔찍한 교통사고로 개츠비의 위대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마는데요... 아! 탄식을 내뱉게 하는 비극적인 일들이 연달아 벌어집니다. 닉은 이 모든 이야기에서 판단을 유보하는 우유부단한 화자로 남아 있지만, 결국 개츠비에게 확신에 차 소리치게 됩니다. "그것들은 썩어빠진 인간들이오. 당신 한 사람이 그들을 모두 합해놓은 것보다 낫습니다."
개츠비의 화려한 파티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 들었지만, 결국 개츠비의 장례식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심지어 개츠비가 그렇게 사랑했고, 그녀의 잘못을 감싸주고 지켜주려 했던 데이지까지도... 개츠비의 성공을 도와준 인물이며 사업적인 관계가 탄탄했던 마이어 울프샤임까지도 그의 장례식을 찾지 않습니다. 닉은 개츠비를 위해 누군가를 꼭 데려오고 싶었으나 결국 좌절하게 됩니다. 닉은 이 모든 것에 환멸을 느끼며, 미동부를 떠나 자신의 고향인 중서부로 돌아갑니다.

개츠비의 데이지에 대한 사랑의 갈구를 당시 시대 상황과 아메리칸 드림과 결부지어 해석하는 것이 지배적인 평론이나, 저는 그렇게 재미없게 문학작품을 읽고 싶지는 않네요. 그저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집착 그리고 비극으로 읽어도 아주 재미있고, 스콧 피츠제럴드의 섬세하고 독보적인 인물 및 감정 묘사가 참 탁월한 작품이에요.
개츠비가 믿었던 모든 것이 동전 소리처럼 경박하고 허상인 아름다움이었을지 모르나 그의 이루지 못한 꿈은 참 소중했어요. 1925년 작품이지만 지금의 시대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면이 있어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책 중반부까지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지루한 감이 있으나, 중반 이후부터는 숨가쁜 전개와 반전이 있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영문판과 중간중간 함께 하면 더 좋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