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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ㅣ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감수 / 코너스톤 / 2022년 4월
평점 :

프랑스의 철학가이자, 작가, 신문기자이기도 했던 알베르 카뮈의 책 <페스트>입니다. 알베르 카뮈는 다른 작품 <이방인>으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대문호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방인>을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는데, <페스트>는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코너스톤의 초판본 리커버판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1947년 오리지널 표지 디자인을 차용해 고급스러운 리터치를 거친 책으로 작품의 소장 가치를 한결 높여주는 버전이네요. 제본이 쫙쫙 펼쳐지면서도 튼튼하게 되어 있어 410여 페이지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편안하게 독서할 수 있었습니다.
특색이라곤 없는 지루하고 조용한 항구도시 오랑. 어느 날 이 도시 거리 곳곳에는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쥐들이 속속 발견됩니다. 쥐들의 떼죽음은 날로 심해지고, 뒤이어 사람들까지 끔찍한 전염병에 휩쓸리게 됩니다. 사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도시는 폐쇄되고 페스트의 공포는 사람들을 위협합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들과 통행제한, 격리, 죽음 등의 이유로 헤어지고, 물자 부족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며 유배 생활과 같은 끝이 없어 보이는 페스트와의 싸움을 계속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발적인 보건 단체를 조직해 연대의식을 발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영웅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다만 페스트와의 싸움에서 쓰러지는 희생자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이어나갑니다. 의사인 리외는 때론 환자들의 병을 고치고 살리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진단하고 등록하고 격리 또는 죽음을 처리하기 위해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음을 의식하고 괴로워하지만, 그 괴로움은 리외의 성실함을 무너뜨릴 수 없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자발적인 보건 봉사 단체의 주축인 의사 리외, 시민 타루, 시청 서기 그랑, 신문 기자 랑베르가 모두 이 책의 작가인 알베르 카뮈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작품 해설에서 좀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데, 매우 재미있는 관점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성실함과 인내심을 가진 의사 리외, 신 없이도 성자가 되고자 했던 타루,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완벽한 표현의 글을 쓰기 위해 열정을 다했던 그랑, 사랑과 행복을 좇는 랑베르... 이들 모두가 알베르 카뮈의 다양한 모습 중의 일부분을 반영하고 있음을 생각해 보면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 네 사람이 연대의식을 발휘하여 페스트와의 힘겨운 사투를 이어나가는 모습은 코로나 시대를 겪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모습입니다. 1947년에 쓰인 작품이 지금의 상황과 너무 닮아있어 소름이 돋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코로나는 인류에게 전혀 새로운 존재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술술 읽히는 가벼운 책은 아닙니다. 특히, 초반부에는 어렵게 느껴져서 책을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 인물들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페스트 상황이 절정에 달해가면서 어느새 작품 속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억하고 싶은 주옥같은 문장들이 정말 많아서 책에 인덱스를 붙여대느라 독서의 흐름이 지체될 정도였어요. 특히, 코로나와의 전쟁을 겪어내고 점차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에게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하고 그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