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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어 받아쓰기 ㅣ 웅진 꼬마책마을 3
신순재 지음, 이새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1월
평점 :

올해 열 살이 된 딸, 하루에 책 2~3권은 꼭 읽는 책벌레에요. 책은 그냥 즐겁게 읽으라고 독후감상문은 쓰지 않는 대신, 책을 함께 읽고 책 내용에 대해 짧게라도 꼭 얘기를 나누는 편이에요.
보통 책이 별로였으면 '그 책 어땠어?' 라는 질문에 '재미있더라' 하고 말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엄마, 이 책 진짜 재밌어. 엄마도 한 번 봐!' 그러더라고요. 책상에서 뭔가 열심히 끄적이더니 책 속 장면까지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바로 읽어봤지요. 제목부터 재미있는 동화 <외계어 받아쓰기>입니다.

<외계어 받아쓰기>라길래 외계인이라도 등장하는걸까? 호기심을 가지고 읽었거든요. 그런데 너무도 평범한 아이들이 나오는 거 있죠? 책 속의 연우, 시연이, 세웅이 모두 주변에 꼭 있을법한 아이들이에요. 성격은 서로 너무도 다르지만 그래서 왠지 더 잘 어우러지는 친구들입니다.
화장실에서 눈이 마주친 거미 때문에 볼 일까지 참는 걱정많고 소심한 연우... 걸 크러쉬라고 해야 할까요? 거미쯤은 대뜸 잡아서 화단에 놓아주는 힘세고 용감한 시연이... 그리고 좀비 경찰이 되겠다고 큰소리 치는 장난꾸러기 세웅이까지... 꼭 우리 아이 교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아이들이 엮어가는 특별한 교실 이야기입니다.

화장실에 거미가 나타났다, 장래 희망 고민 중개사, 풍선껌 불기 대회, 외계어 받아쓰기... 총 4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는 책이에요.
친구의 부족함을 덮어주는 마음,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마음, 모두 다 잘하지는 못해도 하나씩 도전하는 마음, 그리고 실수하기도 싸우기도 하지만 친구를 용서할 줄 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따스한 이야기들이었어요.

딸 아이에게 가장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물었더니 저와 생각이 같더라고요. 바로 외계어 받아쓰기요. 받아쓰기라는 게 1~2학년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부라 특히 공감이 갔었나봐요. 받아쓰기할 땐 특히 받침을 많이 틀리기 쉬운데, 마침 이 이야기의 소재가 우리말 받침에 관한 것이었거든요.
'얼룩말이 껑충껑충 달려갑니다' 에서 '달려갑니다' 의 ㄹ을 90도로 기울여서 완성한 홍시연! 당황스러워하다가도 '너무 빨리다가 리을이 넘어졌나 봐' 하고 엉뚱하게 말하고 웃는 시연이가 정말 귀엽더라고요.
저희 아이가 이 부분을 읽다가 '우유가 넘어지면 뭐게?' 하고 갑자기 묻던데 바로 '아야' 라네요. 시연이 관점으로 보면 왜 답이 아야인지 바로 알 수 있겠죠... 엉뚱발랄 시연이가 우리 집에도 있었어요^^

초등 저학년 친구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들로 마음이 훈훈하게 덥혀지는 것 같은 예쁜 동화책이었어요. <외계어 받아쓰기>는 글이 참 술술 읽히고 맛깔나게 잘 썼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림이 정말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고양이와 식물을 기르며 기록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새벽님이 그림을 그리셨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책 곳곳에 고양이가 많이 등장하더라고요. 그림이 너무 귀엽고 동화책에 찰떡같이 잘 어울려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저희 아이도 책 속의 한 장면을 슥슥 따라 그려보더니 이런 평을 남겼네요. '연우는 입이 가벼운 편이고 시연이는 긍정적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연우는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해야 할 말을 소리를 질러 친구에게 상처를 준 것 같대요. 그리고 시연이는 실수를 해도 친구와 싸워도 항상 밝게 웃으니까 좋다고 하네요.

아직 글로는 책의 감상을 제대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눠보면 아이의 마음도 알 수 있고, 제가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아이는 이렇게 생각했구나! 알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외계어 받아쓰기> 초등 1~3학년 친구들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같아서 좋아요 꾹! 추천 꾹! 누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