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3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일본소설을 한 권 읽었어요. 에쿠니 가오리와 함께 <냉정과 열정 사이>를 집필하고, 공지영 작가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함께 썼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신작 <한밤중의 아이>입니다.

츠지 히토나리는 록 밴드 보컬리스트 이력이 있는데다, 영화 <러브레터>의 배우 나카야마 미호와 결혼하고, 이혼 후엔 아들의 도시락을 차리면서 요리책을 내는 등 개인적인 삶도 참 흥미로운 작가입니다. 작가의 삶만큼이나 <한밤중의 아이>도 평범하지 않은 매력이 있더라고요.

렌지는 나카스 유흥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입니다. 엄마인 아카네는 클럽에서, 아빠 마사카즈는 호스트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밤에 일을 하는데다, 아이를 돌볼 의사도 없기 때문에 방치된 렌지는 한밤중에 나카스의 환락가를 누비며 뛰어다니는 아이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나카스의 사람들은 이런 렌지에게 '한밤중의 아이'라는 별명을 붙여 줍니다.

렌지는 부모라는 이들의 방치와 폭력 속에 호적도 없고 학교도 다니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나카스 사람들은 렌지에게 알게 모르게 힘이 되어 줍니다. 깊이 개입하거나 직접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부적을 안겨 주기도 하고, 끼니를 챙겨 주기도 하며 렌지의 곁에 있어 줍니다. 따뜻한 나카스 사람들은 렌지의 세계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렌지에게 드리운 그림자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죠.

일본인들은 친절하지만 다른 사람의 일에 쉽게 나서지 않고 냉정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 책에 그려진 대부분의 나카스 사람들은 뒷골목의 저급한 문화에 기대어 생계를 유지하지만 생명과 인연을 소중히 하고, 신을 마음 속에 모실 줄 아는 아름다운 이들이었습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었나요? 부모에게서 방치된 한 아이를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챙기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어쩌면 도움을 받은 건 한밤중의 아이 렌지가 아니라, 렌지로 인해 순수함을 되살리고 마음을 정화한 나카스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수 년 전 후쿠오카 지역을 홀로 여행하면서 나카스 포장마차 거리를 거닐고, 캐널시티도 둘러 보았었는데 일본이지만 제가 한동안 머물렀던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더욱 감정이입을 해서 읽어볼 수 있었어요. 다시 후쿠오카를 여행한다면 소설에 나온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 축제를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나카스하면 <한밤중의 아이>가 생각날 것 같네요.






소담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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