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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하는 아이 - 성장소설로 다시 태어난 6.25전쟁
줄리 리 지음, 김호랑 그림, 배경린 옮김 / 아울북 / 2022년 6월
평점 :

곧 6.25 전쟁 72주년을 앞두고 있는데요, 저도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 역시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기에 6.25 전쟁은 역사책 속에서나 가끔 만나볼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가슴아픈 역사이기도 하지요.
역사는 역사책을 통해 배울 수도 있지만, 소설 같은 문학작품을 통해 배우면 역사적 배경과 인물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고, 훨씬 마음에 와닿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6.25 전쟁의 역사와 피난길의 기억을 담아낸 아동/청소년 소설 <지켜야 하는 아이>가 이번 6월에 읽어보기 딱 좋은 것 같네요.

이 소설은 상당 부분 실화에 기반하고 있는데, 작가인 줄리 리가 어머니가 어린 시절 들려준 6.25 전쟁에 대한 기억과 피난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소설의 극적 효과를 위해 가감하거나 각색된 부분이 있어 사실 그대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내용들이 윗 세대의 실제 경험과 역사 자료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6.25 전쟁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도와주는 소설이라고 하겠습니다.
제법 긴 호흡으로 이루어지는 이 소설은 1950년 6월 25일부터 1952년 2월 1일까지 한 가족이 겪은 전쟁과 피난길의 기억을 시간 순서대로 담았습니다. 중간중간에 과거의 기억을 담은 회상신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시간 순서에 입각해 쓰여진 소설입니다. 북한의 고향땅을 탈출해 부산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기 때문에 장소의 이동에도 주목하여 읽어보면 좋습니다.

읽다보니 작가의 표현과 문장이 생생하여 마치 나와 우리 가족이 피난길에 오른 것처럼 전쟁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여 읽게 되더라고요. 전쟁통에 부모님과 헤어져 병든 동생을 업고 부산까지 다다른 한 소녀의 고단하고 가슴절절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전쟁은 멀리 우크라이나에서나 벌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소설은 어떤 의미에서는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할 것 입니다.

<지켜야 하는 아이>는 전쟁과 피난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 소녀의 성장기이기도 합니다. 나의 존재가치는 그저 장남인 남동생을 돌보고 지키며 집안일을 야무지게 배워야 하는 계집아이일 뿐인가? 끊임없이 되묻고 갈등하는 주인공 소녀의 고민은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꿈을 놓지 않은 소녀에게서 작은 희망을 발견합니다. 역사적 배경의 소설이지만, 개인적인 한 소녀의 성장기이기도 한 지켜야 하는 아이, 6.25 72주년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세요.
아울북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