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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 ㅣ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수아즈 사강의 매혹적인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입니다. 프랑수아즈 사강하면 '슬픔이여 안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과 모티브를 준 대표 작품들이 떠오르는데요, <한 달 후, 일 년 후>같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들도 소담출판사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작가라고 하며, 작가 프로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모가 매우 매력적인 여성입니다. 단순히 겉모습이 아닌 지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작가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가 사랑한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감수성이 매우 풍부하고 세심한 심리묘사, 자유로운 사고 방식이 주목할만한 작가입니다. 과속운전과 교통사고, 마약복용, 도박중독, 탈세 등 온갖 비행으로 생전에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녀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유명한 문구는 김영하 작가의 책 제목으로 재탄생하기도 했지요.
<한 달 후, 일 년 후>는 '슬픔이여 안녕'과 '어떤 미소'에 이은 사강의 세 번째 소설이라고 하네요. 이 소설에는 각각 연인이나 배우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를 마음에 품고 있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이십대 여성 조제는 베르나르와 한때 연인이었지만, 지금은 연하남 자크를 남자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베르나르에게는 착하고 순종적인 아내 니콜이 있지만, 그녀에게는 어떤 열정도 느끼지 못한 채 조제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들은 출판업을 하는 오십대 남자 알랭 말리그라스와 그의 아내 파니가 여는 월요 살롱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런데 알랭 역시 아내가 아닌 여배우 베아트리스를 사랑하고 있지요.
베아트리스는 알랭의 조카 에두아르와 잠시 사랑에 빠지지만, 연극 연출가인 졸리오가 베아트리스를 마음에 두고 그녀를 후원하면서 급격히 서로 멀어지게 됩니다. 베아트리스는 에두아르의 열정에 가득찬 눈빛에 비친 자기 자신을 잠깐 마음에 들어했을 뿐, 그를 사랑한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제 에두아르는 야망에 가득 찬 그녀에게 그저 귀찮은 존재일 뿐입니다. 한편 베아트리스를 사랑했던 또 한 남자 알랭은 자신의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고 알코올 중독과 타락한 생활에 빠져듭니다.
<한 달 후, 일 년 후>는 프랑스의 희곡 '베레니스'에 등장하는 대사를 차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지만 한 달 후, 일 년 후에는 그 마음이 서서히 변하고 열정도 아픔도 세월과 함께 잊혀지게 마련입니다.

서로 엇갈린 사랑의 풍경을 냉소적으로 읖조리고 있는 이 소설은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 합니다. 누군가는 에두아르와 알랭의 열정을 안타까워하고, 야망만을 꿈꾸는 베아트리스를 나쁜 여자로 몰아세우겠죠.
하지만, 우리의 아름답고 난폭한 베아트리스를 욕하기에는 우리 안의 욕망이 결코 적지 않으며, 순수한 사랑과 맹목적인 정열에 사로잡히기에는 우리 또한 너무 세속적인 것을요... 내 안에도 그 난폭한 베아트리스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쉽게 비난조의 말들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부조리하고 정직한 여자... 그 모순된 말이 베아트리스에 대한 최선의 묘사입니다.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 파니와 니콜에게 연민을 가져 보지만, 그들이 매력적이지 못한 이유 또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서 슬픕니다. 사랑은 슬픔과 엇갈림, 그리고 늘 변해가는 과정 중에 놓인 어떤 것일까요?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결코 알 수 없고,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 사랑의 전쟁터에서 분명한 사실은 모두 다 흘러간다는 것... 모두 다 잊혀진다는 것... 지금 서로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이들은 백번이라도 의심해보고 싶은 그 명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소담출판사 꼼꼼평가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