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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에쿠니 가오리의 <웨하스 의자> 이미 읽어보신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이미 20여년전 작품이니까요. 저는 예전에는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에쿠니 가오리를 그저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도쿄타워'의 원작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다시 소설이 읽고 싶어져서 소담 리커버판의 <웨하스 의자>를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는 작가소개에서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라고 소개되는데, 책 속의 문장 몇 개만 읽어봐도 그 설명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더라고요.
감성적 화법을 구사하되, 결코 그 감정들에 독자를 억지로 밀어넣지 않는 여유... 남의 일처럼 멀리서 관찰하듯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적당하고 차가운 거리감이 겨울 첫 눈처럼 기분좋게 느껴졌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웨하스 의자는 극적인 기승전결이 없는 담담하고 담백한 이야기 전개가 특징인데요, 어떻게 보면 불륜 이야기라고 간단하게 단정지어 버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이라며 품위없고 성급하게 주인공들의 사랑을 포장하는 소설은 아니에요.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감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의 숙명을 감성적으로 그려내 마음에 작은 울림을 주는 소설입니다.
예전에는 불륜 이야기만 들어도 화가 나고 도덕적인 결함으로 느껴졌는데, 요즘에는 단 하나의 사랑만 영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환상이고 불가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우리는 고독하니까... 그 순간에 우리를 맡기고 웨하스 의자같은 불안한 행복이라도 잠시 바라보고 싶은 것이죠.
이렇게 해서 저도 나이가 들었나봐요. 세상 모든 것을 사사건건 따지고 도덕적인 우위를 따지기보다 관조하고 이해하는 나이대에 접어들었나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웨하스 의자는 40대 초반의 저에게 딱 맞는 깊이와 감정들로 다가온 소설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에쿠니 가오리 처음 만났지만, 유명한 작품들이 참 많잖아요. 반짝반짝 빛나는,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집 떠난 뒤 맑음 등 읽어보고 싶은 작품들이 많네요. 일단은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를 이어서 읽어보기로 했는데 역시나 기대가 됩니다. 이러다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 푹 빠지는 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어보고
진솔한 생각을 담은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