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는, 미쳐 버리고 싶은
밀란 쿤데라 외 10명 지음, 장석영 옮김 / 현실과미래 / 1999년 6월
평점 :
품절


어차피 품절되었고. 나온지도 꽤 된 책이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본다. 서평들이 너무 부정적이기도 하고, 해서 겸사겸사;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중학교 때 였다. 아주 오래 전. 어리고, 아무래도 지금보다 감수성이 예민했을 때여서 그런지 서점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서서 읽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정말 견딜 수 없고, 미쳐 버리고 싶었다. 왜 그렇게 괴로웠는지는 모른다. 이전에도 모르고, 지금도 모르고, 앞으로도 모른다.번역이 잘 안 되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중학교때라 그런 것까지 세심히 알기는 어려웠었는지, 나에겐 충분히 잘 다가와주었다. 괴로움이. 서 있기도 싫고. 약속을 취소해버리고 토악질을 한 번 한 뒤 담배를 피고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싶은 그런 것. 그런 것은 싫든 좋든 너무나 훌륭해야할거다. 타인의 것이 내것으로 되버려서 거기에 휘감긴다는 것은. 아마 정말 강력해야 가능하겠지. 아무나 강력할 순 없더라. 술도 적당히 마셔서는 토할 수도 없다. 보들레르의 싯구처럼, 술이든, 취기든, 덕이든 간에. 정신 나갈 때까지 취하고, 뻗어버리지만 또 취하러 간다. 끊임없이 무언가에 절망적으로.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자기자신을 통제못하는 구제불능 멍청이, 라고 내 입으로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진짜로 믿으니까, -그게 진짜긴 하지만 사람들이 믿으면 내 입장이 불리해진다-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다,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이제 술을 완전히 끊었다. 이제는 이런 책 읽어도 끄떡도 안한다. 견딜 수 있고, 미치지 않는다. 다 그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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