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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때론 어부바가 힘들다
정석헌 지음 / 낭만북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엔 하루도 빼놓지 말고 쓰리라 굳게 결심했던 육아일기는, 시간이 갈수록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낮과 밤이 뒤바뀐 딸아이 때문에 잠을 설치고 유체이탈의 상태에 빠지는 시간이 계속되면서, 육아일기는 ‘일상’이 아닌 어쩌다 마음잡고 쓰는 ‘행사’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엄마도 아닌 아빠가 730일 동안 써내려간 육아일기라니... 아빠도 어엿한 육아의 참여자라는 것은 이론(?)일 뿐, 육아 블로그든, 서점에서 만나는 육아서든 주인공은 언제나 엄마와 아이인 현실에서, 어떤 아빠일까 하는 궁금증과 부러움이 섞인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14년차 잡지 에디터인 저자의 내공이 빛을 발해서일까,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대부분의 육아서처럼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사진과 일러스트에 미소 짓기도 하고, 육아일기 중간 중간마다 Daddy’s Note라는 간단한 육아 팁도 만날 수 있고... 짬짬이 읽어도 술술 잘 읽힌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들을 위트 있는 입담으로 풀어낸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저자의 표현대로, 누구에게나 육아는 ‘감개무량한, 혹은 감당하기 힘든’ 시간인 것이다. 초보 아빠가 좌충우돌하며 펼치는 육아 무용담을 읽으며 킥킥거리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그리고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다들 이렇게 가슴 졸이며 자식을 키우는 거구나, 하는 진리(?)가 새삼스럽게 되새겨지기도 하고.
굳이 화성, 금성 신드롬을 기억해내지 않더라도 여자와 남자는 시각이나 태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일까. 나도 겪었던 일들인데 엄마가 아닌 아빠의 눈으로 보는 방식과 관점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또 ‘아빠들의 착각’같이 냉철하고 위트있는 자아비판(?)도 하기도 하고. 하여튼 이 정도면 아빠도 육아의 명품조연이 아닌 훌륭한 주연 아닐까.
‘아이가 결국 내 편이라고 믿는다. 아내를 괴력의 소유자로 안다. 그래서 모성애로 다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유와 기저귀 값 벌어오면 끝인 줄 안다.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는 것은 엄마 담당이라고 말한다. 젊은 날의 아내를 도둑맞았다고 탄식한다.’(p.97)
엄마들이 육아를 이야기할 때면 늘 ‘시댁과 남편 사이’가 단골주제이듯이, 저자가 친가와 외가 사이의 미묘한 ‘밀당’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 애를 쓰는 것도 입장을 바꾸니 신선하게 느껴진다. 어머니와 아내와 함께 아들을 돌보는 입장에서, 육아에 대한 소견이 갈릴 때마다 어느 쪽 편도 못 드는 샌드위치 신세를 아들에게 장난삼아 토로하기도 하고, 귀엽다.^^ 겉으로는 ‘육아는 엄마 아빠가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상은 ‘분유와 기저귀 값 벌어오면 끝’인 것처럼 방관자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많은 아빠들이 이런 책 읽고 많이 자극받았으면, 그래서 하루에 1그램씩이라도 변화할 수 있다면 좋겠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