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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자유롭니? ㅣ 탐 청소년 문학 3
이오인 콜퍼 지음, 김민석 옮김 / 탐 / 2011년 9월
평점 :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 체벌금지 등 청소년 인권과 관련된 이슈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던 때였다. 일상적으로 만나는 십대들과 대화하던 중에 내 입에서 ‘인권’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그때 그들의 ‘쿨한’ 반응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인권? 그게 뭐에 쓰는 거죠?” “대한민국 고딩들에게도 인권이 있나요?” 뭐 이런 반응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때가 생각났다. 아직 대다수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는 ‘학생인권조례’는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이고 ‘인권 감수성’은 ‘수능 감수성’에 짓눌려 있다. 인권조차도 ‘대학 가서 누려야 할 것들’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현실. 그래서 이런 책은 반갑고, 또 고맙다. 인권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문학작품 모음집 <넌 자유롭니?>, 이런 현실에 살고 있기에 더더욱 의미 있게 느껴지는 책이다.
열네 편의 단편들,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이야기들의 주제는 강렬하고, 무겁고, 때론 슬프다. 청소년을 독자층으로 했기에 말랑말랑한 인권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단편들에 문체도 간결하고, 내용이나 구성이 어렵거나 한 것도 아니라 쉽게 읽히는 듯하지만, 각 이야기에서 담고 있는 생각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이 불편한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혹은 많지 않을까) 싶다. 입시와 씨름하느라 자신의 기초적인 권리조차도 알지 못하고, 아예 생각해볼 기회조차 갖지 못한 청소년들이 부지기수인 현실에서...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아동 노예 노동, 표현과 종교의 자유에 대한 억압, 재난에 대한 국가의 불합리한 대처는 너무 멀고 막막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불편함도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편해하지 않고 무감각해지는 것, 그것이 진짜 두려운 것 아닐까.
유엔 인권보고서에는 “인권에 대해 배우는 것 자체가 권리이며, 무지를 강요하는 것과 무지한 상태로 내버려두는 것은 또 다른 인권침해다”라고 밝히고 있다. 즉, 인권에 대해 배우고 익히는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증진시키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책을 성인들도 청소년들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책을 덮고,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인권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일들이 일상이 되었으면.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