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번역가로 먹고살기 - 미드, 영화를 번역하는 먹고살기 시리즈
최시영 지음 / 바른번역(왓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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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의 작품영상번역가로 변신한 정역씨의 후속작이자 심화편 같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후속작이라는 생각은 절대 들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세하면서도 친절하게 영상 번역가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듯이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배경 색은 자줏빛인데 자줏빛을 디자인의 주된 배색으로 한 이유는 약간 절제된 열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 그래서 나는 작가가 자신의 치열한 삶을 차분하면서도 실감나고 재미있게 서술한 것도 이 책의 특징이라고 생각했다.

프롤로그에서는 작가가 어떻게 이 책을 전개시켜 나갈 지가 나타나 있는데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번역가 세 명의 이야기를 추가하여 서술하고 있다. 사람마다 각각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더 많은 사례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직업에 대하여 깊게 생각할 수 있고 대처방법을 생각나게 할 수 있다.

이 책은 7개의 대주제 내에 또 소주제가 있는 구조이다. 그리고 중간에 그 소주제를 이해하는 데 가장 필요하거나 소주제의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명언들이 그것도 명언의 원작자가 누구인지를 철저하게 밝혀내면서 나타날 것이다.

7개의 대주제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자면

1.     일상 영상번역가의 일상에 대하여 쓴 글이다. 영상번역가가 하루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타임코드 넣듯 오전 오후 저녁 등으로 분화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겪을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도 담겨 있다.

2.     준비 영상 번역을 위해 외국어는 얼마나 알고 공부하면서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글이다. 예전에는 자료와 책이 머릿 속이나 혹은 책장 등에 축적되어 있어야 했다. 아니면 도서관에서 일일이 자료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요즘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집에서 앉아서 혹은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들고 카페나 도서관 가서 영상번역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가 어떤 작업공간을 선호하는지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3.     데뷔 데뷔가 쉽지는 않다. 어떤 사람은 속칭 죽었다 깨어나도 찾아오지않아서 엄청난 발품을 팔아야 하는데 어떤 사람은 하기 싫어도 일감님이 따라오는 상황이 벌어진다. 운명이 이유일까? 그리고 의외로 첫 작품을 전문 영상번역가들이 기억하지 못한다. 일감의 비중이 작거나 무언가 상황이 좋지 않거나 오역이 생기는 등 다양한 이유로 첫 작품은 잘 기억나지 않거나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좀 더 적응한 후 큰 작품이나 자기에게 와 닿는 작품이 좀 더 기억이 나는 것 같다.

4.     일감 일감은 어떻게 따낼까? 사실 글밥 아카데미의 중요한 존재 이유 중 하나이다. 특히 신입들에게는 그렇게 많은 수입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돈과 관련한 유혹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신입들은 사실 어떻게 업계가 돌아가는지 귀로는 들어도 그 무게를 견디기가 쉽지는 않다. 이러다 보니 생길 수 있는 문제는 민감한 돈 문제와 사기 등의 아주 추악한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답을 조금이나마 찾아보기 바란다.

5.     실전영상번역가의 실전 작업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번역도 중요하지만 영상에 자막을 입히기 때문에 자막을 적절하게 잘 입혀야 한다. 이것이 출판번역과 어떤 차이인지를 특히 출판번역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더욱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자막과 화자가 부드럽고 조화롭게 되려면? 그 때 등장하는 것이 스파팅과 타임코드이다. 특히 타임코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또한 아무리 잘 만들어도 몇십분의 영상에 글을 쓰다 보면 실수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감수 및 검수가 매우 중요한데 때로는 이것도 영상번역가가 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일 수 있다.

6.     동행 왜 영상번역가는 공동작업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가? 왜냐하면 사람이 각자 살아온 인생, 배움의 방식, 조사 및 자료 축적 및 이용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영상물의 주제와 흐름은 하나인데 여러 사람이 파트를 나누었을 때 일체화되지 않는다면 보는 시청자는 혼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공동작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정신을 무장해야 하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공동 작업을 위해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그리고 영상번역에서 공동작업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체험하기 바란다.

7.     미래의 영상 번역가의 현실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하여 서술하였다.  최근 인간 대 기계 혹은 AI와의 번역 대결이 있었는데(서평저자주)미래에는 기계가 영상 번역을 하게 될 것인가라는 심각한 질문도 나온다. 그리고 이 책을 마무리 하면서 작가의 소회 및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일부 엿볼 수 있다.

에필로그에서 왜 작가는 말미에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고 말한 것일까? 에필로그에서는 결국 각자의 선택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마치 나는 다 보여주었으니 너는 선택만 하라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에필로그 이후에는 영상번역가 3명의 인터뷰와 영상번역 입문자 혹은 신입이 어느 부분에서 실수할 수 있는지를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한 글이 있다.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영상번역은 이렇게 하는구나라는 실제 맛보기를 할 수 있다.

1쇄라 그런지 내 눈에도 띄이는 오타가 몇 군데 보였다. 본문과 에필로그 뒤의 부록에서 하나씩 발견되었다. 좋은 책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좋은 내용이 많아서 신께서 시샘하여 오타를 창조하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야말로 옥의 티라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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