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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는 독서모임, 이렇게 합니다 - 10년 차 독서모임 리더의 이토록 다정한 안내서
김지영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본디 나는 독서란 혼자 하는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혼자 조용히 읽고 장면을 되새기고, 내가 느낀 내 감상이 너무 좋고 소중해서 평론가의 작품 해설도 안 읽어보는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북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내가 관심있는 책이나 재밌게 읽었던 책, 혹은 아예 모르는 책에 대해 얼굴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코멘트를 읽는 일이 재밌어졌다. 내가 아무 느낌 못 받고 심지어 그런 장면이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페이지에서 누군가는 깊은 감동을 느끼기도 했고,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은 사람을 보면 신이 났다. 독서 세계를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그렇게 들었고 독서모임, 일명 '독모'도 그때 알아가게 되었다.
사실 독모를 친구 두 명과 해본 일이 있었는데, 워낙 친해서였을까? 한달에 한 번 하던 우리의 독모는 좋아하는 장면을 이야기하고 박수치며 떡볶이 먹고 끝났다. 좋아하는 작품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모임도 재미있었지만 책을 고르는 눈이 다양해지진 않았다. 발제문이 뭔지도 모른 채로 모임을 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이와 같은 책을 가지고 각자 나누는 감상의 즐거움을 알았으니, 모임에 들어가보고도 싶은데 도대체 그 발제란게 뭔지, 어떻게 뽑는지를 모르겠더라. 일단 들어가서 남들 하는거 보며 배우자, 하기엔 난...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게 인생의 규칙 중 하나인 사람이라 시작도 전에 면이 서지 않는 것이었다. 독서모임의 좋은 참여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친구들하고 할 때처럼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얘기만으로는 다른 분들의 시간이나 뺏아버릴 것 같은 내적검열에 무료독모조차도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럴 때 이 책의 서평단에 당첨되어 운좋게 무료로 도서증정 받게되었다.
예상외로 분량이 많진 않은데, 익혀야 할 점이 어찌나 많은지.
책 제목을 보면 독서모임장을 위한 도서같지만, 제3장 <잘되는 독서모임은 이것이 다릅니다>를 읽어 보면 독서모임 초보자를 위한 지침이 한가득이다. 완전한 독모 미경험자로서 약간 정보과포하상태가 될 때쯤,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처럼, 유명하기도 하고 읽기도 부담없는 책이 예시로 등장해 이해하기 좋았다.
4장의 2와 3, '함께라면 벽돌책도 독파' '같은 책을 다른 시선으로 보기' 도 아주 좋았다. 개인적으로 벽돌책을 모임에서 읽으면 모임 이탈자가 늘어나지 않을까? 했는데 "모두가 발제자가 되는" 방식으로 파훼한 저자의 방법이 내겐 신선하고 산뜻하게 느껴졌다. 발제란걸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선 어쩌면 벽돌책 챌린지를 하는 모임에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좋을 수도 있겠다고 사고전환을 하게 되더라.
그리고 4장의 3에서는, 사실 여기 예시로 나온 책들이 정말 다 '난 1도 안 좋아하는데 남들은 많이들 좋아하는' 작품이라 조금 웃고 시작했다. 특히 문학작품에 취향이 뚜렷한 나로선 독서모임에서 내가 싫어하는 작품이 나오면 시간낭비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이 파트를 읽고나니 그 또한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더라.
한편으로 좀 다른 얘긴데, 최근 경향 중 하나가 통찰을 인사이트라는 말로 바꿔 쓰는 건데(나도 잘 그러고 있다) 이 책은 그냥 통찰력이라고 써줘서 좋았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깊이, 자주) 읽은 사람들의 쓰는 단어는 다른 맛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구석을 많이 발견해서 책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많이 배웠고 행복했다.
그나저나 맨 끝장에 부록으로,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기 좋은 책 100선이 나오는데 어떤 순서로 정렬된 것인지가 괜스레 궁금하더라. 2023년 출간 도서도 있어서 마지막까지 얼마나 신경쓰셨을지도 느껴지고, 한편으로 '이거 읽자고 하면 욕먹을 것 같은데' 싶은 책도 꽤 있어 재밌었다. 장소를 어디로 잡아야하는지, 어디서 독서모임원을 구하면 좋은지도 처음부터 알려주니 정말 '독서모임을 해보려는 초심자들을 위한 안내서'가 되기에 조금의 무리도 없다는 생각이다. 서평활동의 기회를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표한다.
서서히 신뢰가 쌓이면 책과 삶을 넘나드는 의미 있는 이야기가 오가는 모임이 된다. 신뢰는 첫날부터 쌓이지 않는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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