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사샤 마틴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나와 가장 관련이 없던 공간은 부엌이었다. 부엌에서 난 전혀 할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 물론 라면정도는 끓여먹고 은근 김치찌개나 부대찌개등 이런것 저런것 기본적으로 끓일줄은 알지만 그렇다고 내가 즐겨서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너무 배가 고프지 않으면 부엌에는 갈 일이 없었다. 초중고 시절에는 책상 앞이 내 인생의 전부였고 대학교 시절에도 특별히 부엌이나 요리에 관련된 아르바이트는 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어떻게 살아가는것이 가장 행복한가를 생각해봤고 나에게 즐거운 시간은 의외로 먹는 시간이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그것은 인지하고 난 후에는 요리에 관심이 저절로 가게 되었고 그 후로는 요리와 부엌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잘 하지 못하고 잘 알지 못하기에 다양한 이야기를 항상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었다.


부엌에 대한 이야기라니 기대가 되었던 책이었다. 특히 요즘은 대부분 키친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의외로 부엌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게 된것 같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왠지 부엌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았다. 그녀는 어렸을때부터 엄마로부터 다양한 음식을 맛볼수 있게 되었고 그런 배경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어왔던것 같다. 힘든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녀는 꽤나 밝고 창의적인 엄마 덕분에 음식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기억을 가지게 된것이 아닐까 싶었다. 엄마가 만들어준 크레이프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달달함이 추억으로 남은 그녀에게 크레이프는 단지 그냥 크레이프가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살때부터 줄리아의 요리를 보고 요리법을 적어보았던 그녀가 부러웠고 또 엄마와 함께 그 요리를 도전해볼 수 있었던 그녀가 더욱 질투났다. 난 이제야 내가 좋아하는것이 무엇인줄 알게 되었는데 그녀는 참 빨리도 재미있는 세상과 다양한 맛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니 너무 멋진 엄마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만드는 생면으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다니! 너무 감탄하고 있던 순간 나도 그 비슷한 경험을 했구나 싶어서 놀라웠다. 엄마가 쓱쓱 밀어 만들어줬던 칼국수가 참 맛있었다는것이 기억에 남았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면은 파는것에 비교할수조차 없다. 밀가루를 뿌려 밀어서 두께라던가 길이는 조금씩 다 다르지만 후루룩 빨려들어가던 그 칼국수의 맛이 아마도 그녀가 먹었던 파스타의 맛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봤다.


엄마와 헤어지고 다시 엄마와 만나고 그녀와 그녀의 엄마 인생에서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그들은 꾸준하게 음식에 대한 사랑이 있었고 애정이 있었다. 그녀의 힘든 인생에서 이런 힐링의 시간이 없었다면 그녀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며 음식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 나 역시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 역시도 요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기분 좋은 순간을 선물해주는 부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또 그곳을 더욱 나 역시도 사랑하게 된것 같았다. 그녀가 말하는 부엌은 나에게도 살아가는 법을 그리고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준것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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