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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고 싶다 - 부채사회 해방선언
구리하라 야스시 지음, 서영인 옮김 / 서유재 / 2016년 9월
평점 :

한달 카드값을 정리하다보면 어쩌면 이렇게도 먹는것에 많은 돈을 썼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심지어 모두 만족하면서 먹는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맘껏 양껏 배불리 먹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지만 그것도 요즘같은 시대에는 참 쉬운일이 아닌것 같다. 심지어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요즘은 특히나 그 말이 밉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일하지 않고도 배불리 먹는 삶에 대해 문득문득 상상해보고 그려본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는게 가능한가 싶겠냐는 부정적인 마음만 들게 되는것 같다. 이런 내 마음을 딱 아는듯 적혀있는 책 제목을 만나게 되고는 너무나 반가웠다. 정말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구나 싶어서 반갑기도 했다.
책을 펴자마자 잡혀먹은 개미이야기를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었고 누군가는 이것을 이야기로 얘기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돈을 벌어야하고 그것이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난 싫다고 당당하게 주장을 펼치며 일하지 않고도 잘 살아가는것이 더욱 서로를 위한것이라고 말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는 꽤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어느정도 가지고 있던 생각이기에 더 재미있게 읽혀졌을지도 모르겠다.
제목에서도 이미 짐작했지만 일하지 않고 배불리먹고 편하게 살고 싶은 생각을 하는것은 결코 나쁜 생각이 아닌것 같았다. 특히나 사회가 우리에게 일하지 않고 성실하지 않게 사는것이 마치 죄인것처럼 분위기를 만들고 더욱 그렇게 사람들은 그것이 당연한것처럼 살아가게 되는것이다. 습관이나 사회의 분위기는 참 무서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놀고있으면 죄책감이 들고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니 너무 슬픈 현실이고 나 역시도 그런 느낌을 받기에 더욱 이해가 갔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던 그가 일을 얻게 되고 돈을 아끼기 위해 밥을 먹지 않고 차비를 얻어가며 다닌다는것이 참 씁쓸했고 결국 그 결혼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지는 사람이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의 결혼은 정말 돼지우리에 들어가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만에 통쾌한 이야기를 들었다. 누구도 쉽게 입밖으로 꺼낼수 없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지만 누구나 떠올릴법한 생각을 들어서 참 기분 좋았다. 왠지 내가 생각하고 있던것이 엉뚱한 상상같은것이 아닌 어찌보면 당당한 하나의 의견일수도 있겠다 싶어서 더욱 좋았던것 같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배웠고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