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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용도 (양장)
니콜라 부비에 지음, 티에리 베르네 그림, 이재형 옮김 / 소동 / 2016년 7월
평점 :

나는 무슨 일을 하러 이 세상에 왔는가는 그래도 고민해본적이 있지만 한번도 세상의 용도는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본적은 없다. 당연히 세상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본적이 없었기에 더욱 이 제목을 보면서 끌리게 되었던것 같다. 세상을 무슨 용도로 사용해야하는것일까 궁금하고 알고 싶어졌다. 심지어 '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는 문구와 함께 세상의 용도에 대해 논한다면 여행하며 만나는 그 세상들에 대해 보고 느끼는 것들을 나도 느껴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마구 부풀었다. 50년도 전에 여행하던 그의 눈에는 과연 어떠한 세상이 펼쳐져 있을지 여행을 앞두고있는 나에게는 설레임 그 자체였다.
오래전 세상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만난다는것을 정말 행복한 일인것 같았다. 심지어 다행이도 그는 굉장한 관찰자였고 설명도 정말 잘해주는 사람이었다. 묘사도 남달랐다. 그래서 내가 1950년대의 발칸반도를 만나는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그는 빈둥거림며 모든것을 이야기해주었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기에 나 또한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보니 사람 사는 이야기도 들을수 있었다. 단지 겉을 맴도는 여행자 그 이상이었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세상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 똑같구나 싶었다.
집에서 만든 위스키는 어떤 맛일까? 그때의 여관은 어떻게 꾸며져 있을까? 한번도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들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만 갔다. 세상에 달리다가 길에서 만난 부엉이는 또 어떨지 궁금했고 놀라울 일 투성이였다. 모든 새로운 것에 감탄을 멈출수가 없었다. 오르두에서 쉬는 그 시간에 만나는 소녀목동은 얼마나 귀여울지 또 그들이 해변에서 맛본 물고기는 무슨 맛일지 상상하며 읽으니 시간이 흐르는지 잘 모를정도로 여행의 정취에 푹 빠져들었다.
그들이 만나는 풍경을 사진으로 만나보고 싶지만 그 대신 그림으로 만나보는것이 또 다른 재미를 선물해주었다. 색이 있고 확실하게 보여주는 여행이야기에 익숙했던 나에게 검게 그려져있는 그림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고 더 많은것을 상상하게 만들어주었다. 내 마음대로 색을 입히고 공간을 만들어보며 그때 그들이 듣게 되었을 소리와 맡게 되었을 냄새는 과연 어땠을지 상상하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두툼하고 진하게 그려져있는 그림 속에서도 사람들의 표정이 느껴졌고 그림을 그리는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색채없이도 화려한 축제를 느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책을 읽고나면 세상의 용도가 어떠한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결론을 알게 되기보다는 더 많은 생각을 시작하게 된것 같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의 용도는 어떤것인지 내 스스로 정하는것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용도를 잘 정하고 더 잘 사용하며 세상속에서 살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