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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레시피
테레사 드리스콜 지음, 공경희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엄마와 딸의 관계는 참 복잡하다. 엄마를 닮은 딸이라고 하더라도 혹은 아빠를 똑같이 닮은 딸이라고 하더라도 둘의 사이는 복잡하다. 하지만 복잡하다고 해도 사랑하는 관계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여자들의 관계에서는 다양한 표현법에 대해 이해가 필요한데 엄마와 딸은 다른 어떤 여자들의 관계보다 일방적인편이 많은것 같다. 물론 나도 그렇다. 가족이고 뭐든 다 이해해줄거라고 생각해서 더욱 그런것 같다. 하지만 엄마없는 세상은 상상해본적도 없다. 만약에 딸을 남겨두고 엄마가 떠난다면 그리고 그 딸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면 무슨말을 하게 될까 궁금했다.
왜인지 멜리사는 엄마 엘레노어에 대한 기억이 그리 많지 않은듯 했다. 엄마가 어렸을떄 떠나버린다면 아마도 그럴수 있을것 같았다. 다 커버린 지금의 나로서도 엄마의 부재는 너무나 두려운 이야기일뿐인데 어린 나이의 멜리사에게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일이었을까 싶고 또 그런 슬픔에 영향으로 엄마에대한 기억이 없거나 아니면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회피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싶었다. 맥스는 아빠로서 참 멋진 사람같았고 멜리사에게는 사랑하는 샘도 있는데 왜인지 그녀는 조금 쓸쓸한것 같았다. 그리고 엄마의 책을 만나고난 후의 멜리사는 더욱 혼란한 시간을 보내는것 같았다. 다행이도 그녀는 계속 엘레노어의 책을 읽어나갔다. 멜리사와 함께 엘레노어의 이야기를 듣고 만나고 또 지금의 멜리사의 생각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는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책을 읽는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더욱 엄마와의 추억은 더 가깝게 그리고 자세하게 기억나기 시작했다. 글을 통해 재연되는 과거의 추억은 참 달콤하고 좋았다. 멜리사도 분명 그런 감정으로 변해가고 있는것 같았다. 흐릿하게 부유하고 있던 엄마 엘레노어와의 기억들은 저 멀리에 가둬두고 살아가다가 책장을 넘기며 점점 선명해지는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난 그렇게 선명해지고 그리워하는 멜리사가 참 반가웠다.
멜리사에게는 샘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그녀는 결국 책에 관해 솔직하게 샘에게 이야기했고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것 같아서 나도 안심이었다. 그리고 멜리사에게 그 레시피를 만들어보라는 제안까지하니 역시 샘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엄마가 남겨둔 비밀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그리고 멜리사와 함께 방황했다. 이야기를 읽으며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을만큼 따뜻한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엘레노어는 정말 멋진 여자였고 그리고 멜리사는 사랑받은 딸이었다. 맥스처럼 멋진 아빠와 엘레노어처럼 멋진 엄마를 부모님으로 둔 멜리사가 행복해지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아닐까 싶었다.
이 사랑스러운 가족 속에 들어가 같이 추억을 공유하는 시간은 참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녀들의 레시피를 나 또한 만들어보고 그 향과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라도 느껴보고 싶었다. 추억이 있는 요리는 그 추억만으로도 참 맛있는것 같다. 행복한 요리를 알게 되어서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