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윤승철 지음 / 달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때에는 친구들을 매일 만나고 이야기도 많이 하다보면 친구들끼리 하는 이야기중에 무인도에 간다면 무엇을 가져가야하나라는 주제가 나오게 될때가 있다. 대답은 특별한게 없었던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불이나 생존을 위해 배를 가지고 가겠다고 하는등 이렇게 별거 아닌 이야기에도 실컷 진심으로 말하거나 상의하거나 놀리거나 하면서 보내던 시간이 있었다. 그 시절에 내가 친구들과 하던 이야기를 주제로하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봤다.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가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천편일률적인 대답이 아니라 뭔가 색다른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엇다. 심지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 이병률 작가가 추천한다니 믿고 읽어보고 싶었다. 


무인도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나도 함께 참여하여 떠날 수 있다니 이토록 독특한 경험은 세상에 없을것 같다. 수많은 여행이야기보다 어떠한 유적을 보고온 이야기보다 예측할 수 없고 알수 없는 이야기였다. 한 동안 여행이야기를 읽으며 나 조차도 이곳이나 저곳이나라는 생각을 하며 무뎌지고 있을 무렵 이렇게 무인도 여행을 만난것은 축복이나 마찬가지이다. 모르는 세상, 아무도 없는 곳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굉장히 위험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진짜 여행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어느 누구와도 같이 공유할 수 없는 나만이 소유하는 온전한 시간과 공간은 얼마나 멋질까 싶었다.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고 더 오기를 바라며 빗물을 모으고 괴상한 새를 사냥하기위해 덫을 쳐두는 시간이라니 뭐랄까 진짜 몇 백년 전의 삶을 간접 체험하는듯한 느낌이었다. 질긴 고기를 씹으며 한라산을 한잔 하는 작가의 모습은 참 시적인것 같았다. 적도 근처의 무인도에서 한라산 소주 한잔이라니 '캬아' 감탄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했다.


그가 왜 섬을 좋아하는지 조금 눈치 챌 수 있었다. 섬에 있으면서 그가 좋아하는 시간들은 왠지 여유롭고 편안했다. 세상에서 제일 이뻐보이는 소라를 보면서 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장소는 달라지지만 그것은 위도와 경도만 달라지는 것일뿐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를 잡는 것도 불을 켜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심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것을 얼마나 당연스럽게 생각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가스레인지의 불은 켜고나면 자연스럽게 켜져있는데 무인도에서는 그것 또한 사치이기에 불을 켜고 지키는것도 일이구나 싶었다. 삼시세끼를 보다보면 불과 몇 십년 전에는 저렇게 살았겠구나 싶었는데 무인도는 더욱 놀라웠다.


무인도라는 공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조금 달라보였다. 혼자서 나만의 공간에서 오롯이 만나게 되는 석양은 어떨까 싶었고 매 순간 급하고 빠르게 무심하게 보고 넘어가는 모든것에 다른 시각과 생각이 생기고 점점 더 깊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물이 없고 불이 없고 아무것도 없는채로 시간을 보내는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가치있는 시간인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서 둘도 없는 멋진 하늘과 별빛을 만날 수 있고 나만의 생각과 숨소리로 가득한 무인도에 가고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